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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 새 Oct 31. 2021

오늘도 나는 숲으로 간다

숲이 나에게 속삭이는 말을 듣고 싶어서

아침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오전 내내 네 식구가 한 집에 있었다.



그러다가 오후 2시에 가지게 된 

내 시간.



집 앞 동산을 오르기로 한다.

약속 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내 친구.


언제나처럼, 나에게 필요한 말을

해 줄거라 기대하면서.




산책로 입구. 예쁘다.

며칠 안 오는 사이 색깔이 바뀌었다.


산책하는 길,

오늘은 자꾸,

 썩은(?), 

못난, 

벌레먹은 

나뭇잎이 보인다.


나뭇잎은

힘찬 녹색으로 우거졌다가

예쁜 단풍으로 물들었다가

그림처럼 살포시 도로에 내려앉는줄 알았는데,


그런 나뭇잎들만 보였는데, 

오늘 숲 속에는 

그렇지 않은 나뭇잎들이 더 많았다.



나뭇잎에 왠 구멍이 그리 많은 것인지.

못생겼다.

징그럽다.



주위에 이미 떨어져서 낙엽이 된 나뭇잎들이 많은데, 

구멍을 품고서라도 매달려있으니

그 힘이 대단한 것일까.


이미 낙엽이 된 나뭇잎이라고 못난 것일까.

내년 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을 터인데.



예쁜 단풍잎은 어디있는 거야?!

물드는 과정이 하나도 예쁘지가 않다.



줄기가 땅을 겨우 뚫고 

세상에 나오고,

나오자마자

두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을 때

나무는 어땠을까

나무도 아팠을까



오늘 따라 나무와 나무 사이는 

왜 또 이리 듬성 듬성해보일까. 


몇 번을 걸었지만 보이지 않았던

쓰러져있는 나무도 보인다.





갈 때마다 나를 반겨우는 

든든한 내 산

속에

아픔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런데 

걷는 내내 드러난 아픔을 보니

나에게는 아픔으로 보이는  그 것들이

산에게는

그냥, 그저 그러한 당연한 일일 것 같기도 하다.




피할 수도 없지만

피해야 할 것도 아닌

그냥 그런 어떤 것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기 반대편에 강렬하게 반짝이는,

 내가 보길 바랬던 뜨거운 빨강이 보였다.

발길을 일부러 돌려

눈부신 풍경을 누려본다.



사람이 가져다 심은 예쁜 나무인 걸 알지만

내가 기분이 좋으니,

이것도 마음껏 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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