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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진한 브라우니 Jan 03. 2023

롯데택배 아저씨에게

저의 구구절절한 심정입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솔직히 좀 그렇습니다. 서로 상생하는 관계로서 우리는 좀 더 서로에게 객관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만 그래도 죄송합니다.

엘베 없는 4층까지 올라오시느라 힘드시죠? 특히나 왜 롯데택배는 쌀, 고구마, 감... 이런 농산물들을 주로 배송해 주시는 건지, 우리 동네만 그렇게 배정이 된 건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전에 한 번은 무거운 반찬류를, 분명히 폰 문자로는 배송이 완료되었다고 친절하게 본사인지 기사님 본인인지는 저는 잘 모를 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문을 열어 살폈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어 한 층을 내려갔더니 거기 있더라고요. 아... 아저씨가 잠시 헷갈리셨나 보다. 뱅뱅 도는 계단을 7번을 올라오다 보면 현기증이 나니까요. 아니면 정말 다리에 힘이 빠져서 겨우 올라온 게  저희 집 밑이라 더 이상은 힘에 부쳐 알아서 찾아가라는 의도였을까?  그런 생각도 한쪽으로 아주 쪼금 들긴 했어요. 어쨌거나 잘 찾아서 다행이었죠. 이후에도 쌀이나 고구마를 오후 늦게 친절한 문자를 먼저 보내주시고 저녁 7시 이후에 다다다다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문 앞에 툭~ 하는 소리가 나며 배송을 해주셨죠. 그리고 나면 여지없이 오는 친절한 문자.... 본사에서 온 건지 아저씨가 보낸 건지는 아직도 모를...  힘드시죠?  일이 거의 끝날 시간에 우리 동네를 들르시나 봐요. 그럼 거의 체력이 방전되어 노란불이 빨간불로 변할 즈음 4층까지 다다다다 올라오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더 미안합니다................ 오늘은 감이 온다는 문자를 받았네요. 제가 요즘 감에 꽂혀서 대봉시를 익혀서 냉동실에 넣었다 빼서 녹여 먹느라 또 시키고 말았네요. 생각을 해봤어요. 이따가 편의점에 가려고 하는데요, 아저씨한테 드릴 음료나 초코파이를 지퍼백에 담아서 우유주머니에 넣어두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편의점 가야 할 것 같아요. 뭐 좋아하세요?  피곤하니 카페인 들어간 음료가 좀 낫겠죠?  초코파이나 달달한 초코하임 같은 거랑 지퍼백에 담아서 우유주머니에 넣어둘 테니 꼭 갖고 가서 저녁 일 다 마치고 당충전 카페인 충전 가득 하시고 집으로 무사귀가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심정으로 아저씨 고맙습니다. 우유주머니의 음료수 꼭 갖고 가세요~~~~라고 크게 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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