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기억

이생이 다는 아니다.

by 눅진한 브라우니

야, 칼~~

나만 보면 칼이라고 놀려대던 신모 녀석,
왜 칼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칼을 갈게 생겼나?
걔는 신과, 나는 종철과... 그러나 워낙 넓은(?) 학교라 학교 갈 때마다 마주칠 수 있었고, 날 볼 때마다 야, 칼~~ 그러는 거였다.
꺼벙이뿔테안경에 장난꾸러기 같다가도, 어쩔 때 보면 고민을 달고 사는 것 같기도 했던 그 아이를 졸업 후 일 년도 더 지나 우연히 전철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 난 퇴근길이었고, 노약자석이 비었길래 얼른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앉고 나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녀에 눈길이 갔는데 그때 딱 눈이 마주친 남자가 그 녀석이었다.
여~~~ 오랜만이다.
야, 칼~~~
...그럴 줄 알았지?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그 아이도 나도 한순간 마주친 눈을 각자 모른 척, 딴 곳으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 아이 옆에 있던 여자는 애인인 듯했고...
갑자기 안절부절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그 녀석도 그래 보였다.
난 두세 정거장을 지나 내릴 곳에 도착하자마자 일어나서 내렸다.
그리고... 끝이었다.
앞으로 우연히라도 그 아이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우연히 다음 카페에 올라온 그 아이의 부고장을 보고 내가 왜 그때 그 아이와 한마디도 안 했을까... 후회와 충격이 몰려왔다.
전도사로 일하며, 결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난 아직도 네가 야, 칼~~ 했던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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