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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진한 브라우니 Jan 24. 2023

냄새란 무엇인가

시베리아 횡단 편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예전에 세계테마기행 시베리아횡단 편을 공부하는 것처럼 쓰면서 봤다.

동서횡단 9,288km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치타 (오논강이 흐름. 매우 깨끗해서 식수로 사용. 춘원 이광수의 유정 배경도시이기도 함)--> 울란우데-->이르쿠츠크(타이가 지대를 지나면 바이칼 호수가 보임)--> 투바자치민주공화국 (유목민의 땅 러시아인보다 먼저 시베리아에 정착한 '마리인' 존재, 외곽은 초원 유목민의 집 게르가 곳곳에 존재, 우유를 끓여서 두부처럼 걸러 치즈를 만들어먹음. 수도는 키질, 한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곳. 지리적으로 몽골에 근접 아시아인들 거주. 예니세이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름. 거리에서 돼지비계를 팜)--> 히카시야공화국(소금호수 '투수'가 있다.)--> 예카테린부르크역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도시)--> 페름 (영하 1도 정도의 양호한 날씨 사모바르.. 차로 유명. 각설탕을 차에 적셔먹음)--> 모스크바 (세르기예프 파사드에서 오리나무로 마트료시카 생산)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죽기 전에 한번 타 보고 싶다.

무념무상 설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노래를 듣고 책을 보고 그렇게 수많은 낮과 밤을 보내고 싶다.

횡단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는 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라서  음악을 듣고 책을 보고 창밖을 바라보고 식당칸에서 밥을 먹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즐겨보고 싶다.

금방 끝나지 않을 그 여유를..

그런데 어느 글에서 봤는데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생각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고 한다. 풍경화를 보듯 상상하는 그곳의 향기는 실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액취증은 기본이고 자기 전에 양말을 벗으면 처음엔 토할 수도 있다고.. 먹고 자고를 막힌 곳에서 몇 날 며칠을 하니 가히 예상이 된다. 그러나 그런 환경도 처음에만 곤욕일 뿐, 오래되면 내가 냄새를 흡수하듯 냄새가 나를 흡수하듯 혼연일체가 되어 시베리아 동쪽 끝에 다다르면 스트레스지수 0이 될지도 모르겠지.

냄새라는 건 대단한 것이다. 그것 하나로 추억이 꼬리를 물고, 끊어진 인연이 생각나기도 한다.

집집마다 고유의 냄새.. 그 집 사람의 냄새.

어느 추운 겨울날 낯선 이의 집을 방문하면 느껴지던 냄새 중 하나가 청국장냄새다. 겨우내 아랫목에서 잘 띄워진 청국장을 두부 넣고 고춧가루 파마늘 넣어 보글보글 끓을 때 상 한가운데 놓고 식구들이 모여 숟가락 부딪히며 먹었겠구나.. 그런 짐작을 하고도 남을 냄새. 오전에 가면 아침을, 오후에 가면 점심을, 늦게 가면 저녁을 그렇게 먹었겠거니.. 나도 집에 가면 엄마한테 해달래야지. 그런 생각도 한 적 있구나.. 지금은 내가 끓여 먹지만 내가 끓이는 건 맛이 없어.. 누가 끓여줘야 맛있지.

청국장냄새에 오만상을 찌푸리기도 하지. 출근을, 외출을 하기 전엔 냄새 빼느라 애를 먹기도 하고. 그렇게 청국장냄새는 좋기도, 싫기도 하니 그게 꼭 사랑과 비슷하지 않나.. 또 그런 생각이 드네. 사랑에 빠지면 이상하게도 거기에 취해 냄새에도 취한다.  

좋든 싫든 그 냄새는 먼 훗날 오늘의 기억을 몰고 올, 세상 단 한 가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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