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한 자락
방학 때가 되면 늘 라디오를 켜놓고 있었다.
탐구생활 때문이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탐구생활 밧줄로 묶여 지낸 것 같다. 까짓 거 며칠 동안 대충 해치우면 그만이었을, 매년 같은 내용의, 크기는 또 오지게 컸던 누리끼리한 책.
오전 나절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좀 쑤시는 몸을 이리저리 구르고 뛰거나 누워 있었다.
여름엔 옥수수를 먹으면서 듣고 겨울엔 꿀이 진득한 찐 고구마를 먹거나 가끔 센베이 과자를 먹으며 그놈의 탐구생활을 펼쳐놓고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 나? 모르겠다. 그냥 백색소음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매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나오던 시그널 뮤직이었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 음악들. 아주 짧은.. 마치 어느 한 구절만 가져와서 만든 씨에프 속 음악처럼 머릿속에 각인되어 버렸다.
제목을 몰라서 흥얼거리기만 할 수 있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 음악들을 떠올리면 탐구생활이 자연스럽게 같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