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눅진한 브라우니 Mar 17. 2023

되돌아보는 나이

전원일기 503화를 보다

전원일기 503회 '되돌아보는 나이' 편을 봤다.

여러 번 봤던 에피소드였다.

양촌리 김회장댁 큰 며느리 은영의 이야기였다.

복길엄마와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옛 은사님을 만난다. 은영만 봤다.

복길 엄마는 얼른 가서 인사드리라고 했지만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주저하다가 그냥 말아버린다.

헛헛한 은영은 용진에게 내일 (나를 위한) 예쁜 양과자 하나만 사달라고 한다.

에프엠 용진은 온 식구들이 먹고도 남을 양과자를 사 와서 안방에 풀어놓고 은영에게 어서 와서 먹으라고 한다.

얘기하지 않으면 모르지.. ㅋ

일심동체라 흔히들 이야기하는 부부도 서로를 알 수 없다.

은영은 용진과 영남이와 눈이 하얗게 쌓인 산을 오른다.

야호~~~~~~~~ 영남아, 뱃속에 있는 것들 다 뱉어내듯 외쳐라!!!

야호~~~~~~~~

당신도 외쳐봐.

...

야!!!!!!!!!!!!!!!!!!!!!!!!!!!!!!!!!!!!!!!!!!!!!!!!!!!!!!!!!!!!!!!!!!!!!!!!!

호!!!!!!!!~~~~~~~~~~~~~~~~~~~~~~~~~~~~~~~~~~~~~~

은영은 뱃속이 텅텅 비도록 포효한다.


집으로 가기 전 청요리를 먹으며 시킨 고량주에 취해 말한다.

여보, 난 쓸쓸해요.

쓸쓸하고 외롭고... 다 사치라고요? 난 진짜로 당신이 옆에 있어도

쓸쓸하고 허전해. 당신은 날 오해해도 한참 오해하고 있어.

난 욕망도 없고 욕심도 없고 날개 달린 천사인 줄 알지? 그냥 여자야.

깨끗한 집에 단출하게 세 식구만 살았으면 좋겠어. 실망해도 할 수 없어. 답답하고 울컥 치밀어 오르고 그렇다고요. 시부모님 할머니 다 좋으신 분, 사랑 많으신 분들이지만, 그래서 다 참고 사는 거야. 당신만은 알아줘. 난 그저 그런 보통 여자야. 난 효부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야.


저 이야기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용진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저것이고, 은영 자신에게 할 말은 저것보다 더 많으리라..

작가의 이전글 피아니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