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벽이라 얘기하긴 미약하지만 (마니아급이 아니라는 얘기. 마니아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전반적으로 회색분자라 그럴지도 모르고.) 내 수집벽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아버진 방 두 개짜리 집에 살 때부터 책을 사 모으셨다. 작은방 사방 벽이 책장이었다.
빼곡히 꽂힌 전집의 제목을 눈으로 읽으니 제목과 작가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떠올랐다. 리더스다이제스트를 뒤적거리며 짧은 유머를 읽고, 맨 뒤쪽에 있던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를 꽤 몰입하며 읽기도 했다.
아버진 그렇게 모은 책들을 거의 읽진 못하셨다.
집에선 그저 퇴근해서 저녁 먹고 주무시기 바빴으니..
사서 꽂아놓고 눈호강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 또한 그렇기도 하고.
혹해서 구매한 책들을 전부 읽지는 못한다.
음반도 그렇다.
요즘은 들을 수 있는 매체가 많지만 그래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주로 cd) 구입해도 듣는 건 한두 번 될까?
물욕이 곧 수집벽일까?
딸아이를 낳고 8개월쯤 친정집에 맡겨놓고 왔다 갔다 하며 지냈을 때 퇴근길에 음반을 사 왔던 적 있었다.
그걸 뜯어서 들어보는데 아버지가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셨다.
책을 사 모으셨던 그 눈빛이었다.
그때만 해도 울아버지가 갓 60이 조금 넘으셨을 때였다.
많이 늙어지신 아버지를 명절 때 말곤 거의 찾아가질 못한다.
나 같은 인간이 이... 어디 찾아보면 있기야 하겠지?
아버지 생각이 요즘 많이 난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