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먹는다.
말린 오렌지껍질이 들어간 꽃차를 우려 마신다.
옅은 오렌지향이 오래전에 마셨던 스페인산 오렌지차를 생각나게 한다.
혹은 더 오래전 오렌지주스가루를 물에 타서 마셨던 시절의 그 오렌지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뭐든 말리면 밀도가 커지고 향이 짙어진다.
향기와 함께 따라오는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때 오렌지차가 있던 오른쪽 싱크대선반 그 자리와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부엌 싱크대 오른쪽 여닫이문이 혼란스럽다.
거기와 여기는 은연중 같은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종아리가 붓도록 의자에 앉아 책을 들춰보던 그 자리와
지금은 거울 달린 화장대가 놓인 이 자리는 같은 지점이다.
나침반과 무관한 내 머릿속 위치관념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불안한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