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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진한 브라우니 Jul 28. 2023

풋사과

첫사과


2층 연립주택 사이로 니아까가 지나간다.
햇살이 저뭇저뭇 뜨거운 온도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즈음
확성기도 없던 시절 목청껏 사과요 사과, 사과 포도 복숭아~  복숭아를 발음할 땐 복수웅~아 그렇게 마지막 외침이라는 여유 하나로 억양을 높여 소리친다.
천도복숭아 딱딱한 분홍 복숭아 깨물면 즙이 주르르 흐르는 말랑복숭아에 물릴 무렵 아직 덜 여문 초록 풋사과를 몇 알 사 오시던 엄마
엄마는 사과를 대야에서 씻어 칼로 껍질을 돌돌 깎아 하나를 통째 먹으라고 주셨다. 아빠는 먹기 불편하다며 잇자국을 내라 하셨고 엄마는 먹기 좋게 칼로 조금 도려내서 다시 통째로 내밀었다. 그럼 그걸 들고 사각사각 돌려 깨물어먹기 시작했다. 씨방과 양쪽 손으로 잡던 곳까지 먹고 나면 배가 산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아빠는 씨방의 사이사이까지 알뜰히도 자셨다.
처음 그해 나온 사과를 한입 깨물면 그 향은 다른 때의 몇십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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