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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진한 브라우니 Aug 13. 2024

열대야를 보내며

지나간 여름

1994년 여름이 이번만큼 더웠다고 하니 자꾸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2018년 여름도 열돔 현상으로 상당히 더웠지)
1994년 여름은 젊음과 낭만이 흐르는 시기여서 더워도 더운 줄 몰랐고 그저 멋 부리고 눈썹밀고 유행하던 립스틱을 바르고 내내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던 기억들만 난다. 나 혼자만 잘 살아도 되던 날들이었다. 절박함보다는 먹고 사고 다음 학기에 쓸 용돈을 벌기 위함이었는데 길거리에서 몇 번 헌팅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을 투명인간취급했던 것이 더위 때문이었나? 걸으면서 흐르는 비지땀 소금땀으로 번들거리는 내 얼굴 때문이었나? 그저 귀찮기만 했다.
철없고 이기적이어서  나는 희희낙락이었건만 두 살 위의 언니는 그해 무엇 때문인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걸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머리를 볶고 눈썹을 밀고 집에 들어갔는데 언니가 내 가방을 뒤져서 소리를 질렀더니 엄마는 나만 여기저기를 막 팼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씩씩거렸다. 언니 때문에 힘든 엄마와 언니는 그냥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만 잘 살면 그만이었던 1994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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