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여름이 이번만큼 더웠다고 하니 자꾸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2018년 여름도 열돔 현상으로 상당히 더웠지)
1994년 여름은 젊음과 낭만이 흐르는 시기여서 더워도 더운 줄 몰랐고 그저 멋 부리고 눈썹밀고 유행하던 립스틱을 바르고 내내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던 기억들만 난다. 나 혼자만 잘 살아도 되던 날들이었다. 절박함보다는 먹고 사고 다음 학기에 쓸 용돈을 벌기 위함이었는데 길거리에서 몇 번 헌팅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을 투명인간취급했던 것이 더위 때문이었나? 걸으면서 흐르는 비지땀 소금땀으로 번들거리는 내 얼굴 때문이었나? 그저 귀찮기만 했다.
철없고 이기적이어서 나는 희희낙락이었건만 두 살 위의 언니는 그해 무엇 때문인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걸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머리를 볶고 눈썹을 밀고 집에 들어갔는데 언니가 내 가방을 뒤져서 소리를 질렀더니 엄마는 나만 여기저기를 막 팼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씩씩거렸다. 언니 때문에 힘든 엄마와 언니는 그냥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만 잘 살면 그만이었던 1994년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