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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Feb 24. 2017

그 순간에는 모르지. 반드시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니.

2016.01.03

며칠전 함께 일하던 동료선생님과 아침에 담소를 나누던 중 새해가 되었다며 멀리 유명한 산이나 바다에 새벽부터 준비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렇게 찍은 사진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란 말들을 주고 받았다. 

나도 모르게 읖조리듯 내뱉은 말은 " 그 순간에는 모르지" 였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유난히 연말이나 새해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감흥없이 보냈는데.

달라진게 있다면 12월 18일부터 집을 구획을 나누어 대청소를 시작한 것이다. 

일단 책장과 책상을 정리하는데 정말 어마어마 했다.

워낙 책 욕심이 있어서 사들인책도 많고 자료들도 못버려 A4용지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어느새 책상밑에 다리를 넣을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러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먼지에 콜록이면서도

해묵은 종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추억에 젖는 시간도 함께 해 제법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써준 손편지, 오래된 사진들, 다이어리, 노트들, 일기들... 

하나하나 읽어보고 버릴건 버리고 남길건 남기는 중에 유독 쌓여있는 A4용지에 적잖이 놀라게 되었다.

교회다닐때 하나하나 모았던 악보 복사본들, 대학원 입시때 자료들, 중간 기말 족보들, 논자시 기출문제들, 자격증 정보들, 사례회의 자료들.... 이 많은걸 하나도 버리지 못했던 그 순간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는 이게 정말 소중한 자료로 남을것 같아 못 버렸지"

그 순간에 그 자료들을 대하는 나는 그랬다.

중요할것 같고 오래두고 볼것같고 정말 그랬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조금더 다음 단계들을 밟아가고 있는 나에게 이제 그 자료들은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이 되었다.

헤아려보니 몇년동안 한번도 꺼내 본적 없음이 떠올라 더이상 그 종이들을 가지고 있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미련없이 분리수거목록에 던져버린게 한가득인 정리였다.    



동료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며 "그순간에는 그렇게 그게 중요할 것 같아. 실제로 그때는 중요했어. 다만 반드시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으니 원......" 

내가 메달렸던 마음썼던 그 모든 것에 대해 변해가는건 시간일까 나일까.   


오늘은 새벽 네시에 일어나 소백산에 다녀왔다.

미세먼지도 많고 날씨도 따뜻해 대피소까지는 눈이 없는 밋밋한 길이었지만

연화봉 가는길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 눈썰매도 타고 눈꽃도 있어 참 재밌었다.

밤 열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 긴 여정을 마치며

2016년에는 어떤 것을 중요한 것처럼 여기며 순간순간을 살아가게 될까 생각했다. 

그러게 올해는 어떤것이 내게 소중하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 그 소중한 것들은 여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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