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훼 Feb 11. 2017

괜찮아 사랑이야

2014년 가을

동생이 큰 맘먹고 최신 텔레비전을 사줬다. 그간 나름 공부 한답시고 오래된 구형 텔레비전을 싸놓고만 지낸 탓에 디지털 TV만 볼 수 있는 시대로 넘어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던 터였다. 평소 컴퓨터로 보고싶은 프로그램은 꼭 다운 받아서 보곤 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받은 요 텔레비전은 컴퓨터 모니터와는 다르게그렇게 예뻐 보였던 여배우들의 화장상태와 모공의 크기가 얼마만 한 지도 보이는 HD 화질이었다. 와우! 신기한 세상이다. 드라마들과 마스터쉐프코리아 시즌전편을 보느라 한 두달이 훌쩍 지나갔다. 논문을 다 쓰고서야 받았다는게 천만다행이었다.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는 탓에 좋아하는 작가와 감독, 배우도 손꼽아 기다릴 정도고 그 팀이 뭉친다면 얼씨구나 하고 보는 타입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노희경 작가에 김규태 감독에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고 해서 소풍날 기다리듯이 설레었더랬다. 

조인성도 나오고 공효진도 나온다. 아...................조인성! 얘는 왜 늙지를 않니... 정말 무료한 노처녀가슴을 두근두근 하게 만드는 조인성이다. 게다가 나랑 동갑이래. 생년월일 보면 심란하지만 그래도 눈을 즐겁게 하는 조인성덕에 드라마가 더 즐겁다. 이쯤에서 가볍게 진심을 전한다. 인성씨가 이글을 읽을진 미지수지만. “내가 너... 격하게 아낀다” 하하하..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요 배경은 네 명의 남녀가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와 종합병원 정신의학과이다. 주인공인 공효진은 정신과 전문의인데 어릴때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아빠가 있다. 그런 아빠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한편 아빠친구와 불륜관계를 갖는 엄마를 보게 되어 남자와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불안이 높은 사람이다. 조인성은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이고 어릴때 의붓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던 사람이다. 맞던 도중 사고로 의붓아버지가 칼에 찔려 죽게 되는 등의 과거사를 가지고 있는데, 화장실이 아니면 잠을 잘 수 없고 집안 모든 물건을 색깔에 맞춰 정리해놓는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다. 찰지게 연기하는 성동일은 공효진의 선배이자 정신과 개업의로 나오는데 환자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움을 주고 다른 무엇보다 환자의 상처를 중요시하는 동네 삼촌같은 의사로 나온다. 기린 이광수는 뚜렛증후군을 가지고 있고 아빠한테 맞기도 하고 쫒겨났다가 성동일에게 치료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젊은 친구다.  
  



몸담고 있는 일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지라 더 몰입해서 봐지기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의 전환도 되곤 한다. 작가가 말하고 있는 누구나 한 두가지쯤은 마음의 상처나 병이 있다는거.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편견없이 대하자는거.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타듯이. 종합건강검진을 통해서 우리몸의 상태를 파악하고 정확한 치료방향을 세우듯이. 마음이 아픈것도 그와 같이 바라보는게 당연하다는 것. 그런 주제는 나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꽤나 인상적인 장면이나 대사들도 많았다. “그게 뭐 어때서. 그냥 그림일 뿐인데.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고 다 환자야?” “착한 사람은 상처 안줘? 천사같은 우리엄마도 나한테 상처주는데”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베이스로 한 시선이 자동적인 의사에게 일반인인 장재열작가(조인성)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던지는 말들은 아! 하고 생각의 환기를 갖게 되기도 했다.
 
또 뚜렛증후군인 이광수가 어떤 술자리에서 오해를 받아 증상이 나타날 때 이를 이상하게 보고 더 얕잡아보는 사람에게 “얘는 이상한게 아니라 뚜렛증후군이야. 뚜렛증후군이라고 알아? 무식하면 말을 하지마”라고 말해줄때는 통쾌하기도 했었다. 
 
폭력에 시달리며 도망치다가 숨었던 화장실이 자신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되어 욕조에 이불을 깔고 자야만 잠을 자는 장재열에게 “너 욕조에서 아니면 잠 못자잖아. 얼른 들어가서 편히 자”라고 말하는 연인 지해수. 장재열로써는 자신의 불안을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기에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함께 치료하려고 돕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삶과 행동’에 대해서 다시금 되돌아보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점도 종종 나타난다. 뚜렛증후군의 증상이 발작처럼 위기의 순간에만 나타난다거나, 아미탈인터뷰에 대해서나, 정신과 상담에 관해서도 말이다. 더러는 이해가 가는 점도 있지만 현실역동상담을 배우는 일인으로써. 과거의 상처에 중심을 두고 십몇년전 옛날일을 어제일처럼 꺼내 해소하려하는 장면들을 볼때는 장교수님의 [상담의 현재화]가 반사적으로 떠오르곤 했다. 그걸 생각하며 보는 내가 재밌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오는 묵직한 주제들이 있다. 장재열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같이 걷고 통화하고 이야기하는 강우라는 고등학생은 실존이 아닌 망상이다. 드라마 4회말. 장재열이 강우와 함께 뛰는 씬을 전체 샷으로 잡으면서 빈공간에 혼자 떠드는 장면이 나왔을때 인터넷 기사와 네티즌들은 반전이다! 라며 획기적인 스토리와 재미에 대해 극찬했었다. 드라마속에서 정신분열증을 가진 여자가 진실된 사랑을 하고 임신을 해서 무사히 출산해 나가는 과정을 복선으로 깔아놨고, 조인성이 공효진과 사랑을 하는 결말로 가는 것이 정해진 스토리였기에 점차 밝혀지는 장재열의 환시증상을 볼때마다 실제상황이라면 떠안게 될 현실적인 무게가 더해졌다. 그래서 이를 진심으로 돕는 두 의사의 응원에 나 또한 손을 들어주고 싶기도 했다.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 소통을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리고 누구나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마음의 아픔이나 경험들을 수용하고 더 나은 적응과 소통을 위해 서로 돕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미래일 것이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정신의학과 심리상담에 관한 소재의 드라마가 방영됨으로써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기도 하고 편견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생겨 글을 적어 보았다. 
  


  드라마에 대해 이렇게 길게 쓰지만. 생각이 많은 것 같지만.
  시작과 끝은 조인성 최고다! ^^




2014년 가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