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나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거창해서 그렇게 말하진 않겠다. 다만 평소 기상시간보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 앞당기는 식으로 일찍 일어나보기로 했다.
9월 중순 무렵, 처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계기는 유튜브에서 ‘공부왕 찐천재’ 채널에 출연한 김미경 강사의 영상이었다. 마음이 불안하면 일찍 일어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했더니 일을 풀어나갈 새로운 길이 보였다는 내용이다.
이 영상이 아니더라도 최근 생활이 좀 느슨해진 탓에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새벽 4~5시에 기상하는 건 정말 불가능해보였고, 내 생활 패턴에 맞게 조금씩 일찍 일어나 보는 것으로 조정했다. 어떤 목표를 세울 때 그 목표가 달성하기 너무 쉽거나 혹은 너무 어려울 게 걱정되면 실제 달성 가능성이 70% 언저리 정도 되는 것으로 정하라는 말이 있다. OKR 목표 달성법에서 나오는 얘긴데, 70% 정도 성공할 수 있는 목표면 적당히 이룰법 하면서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거다. 너무 높은 목표를 세워 실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타격을 줄이는 방법이다. 일주일이라 치면 5일 정도는 성공하고, 2일 정도는 실패할 수도 있는 목표. 주중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주말 이틀은 조금 느긋해질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게 첫 번째였다.
사람마다 목표를 이루는 방식은 다 다르다. 금연이 목표라면, 하루아침에 담배를 아예 끊어버리는 게 잘 맞는 사람과 하루 흡연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맞는 사람이 있단 얘기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아주 조금씩 그리고 자주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있어야 무언가를 지속할 마음이 든다. 갑자기 내 인생 습관을 뜯어고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 3개월만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잘 되면 더 하는 걸로.
처음엔 딱 '10분'이었다. 10분만 일찍 일어나보기.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근데 어쨌든 성공하면 기분 좋잖아. 그래서 딱 10분만 일찍 일어났다. 한 주 동안.
생각보다는 쉬웠다. 평소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5분 더 자겠다고 알람을 꺼버리기 일쑤인 사람이지만 일주일만 해보자고 생각하니 가능했다. 10분 일찍 일어난 세상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무언가를 하기에도 애매한 자투리 시간이 생겼다. 그래도 기상 습관을 어느 정도 들일 수는 있었다.
그 다음주는 10분을 당긴 시간에서 15분을 더 당겼다. 이때부터 조금씩... 버거워졌다. 평소보다 25분 일찍 일어나는 거니까. 대신 아침 시간에 훨씬 여유가 생겼다. 이 여유시간에 뭘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늘 내 삶에서 '해야하는데 못 하는 것'들의 목록을 썼다. 진짜 못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글쓰기, 책 읽기, 명상, 운동, 공부. 대략의 목록을 쓰고 시간이 되는대로 하나씩 해봤다. 우선 맨 처음은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기로 했다.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적거나 어젯밤 했던 생각을 적었다. 일기같기도 하고 다짐같기도 한 그런 글을 썼다. 주말에는 더러 빠지는 날도 있었지만 일주일에 70%라는 목표량은 꼬박 채웠다. 쓰다보니 아침에 따뜻한 차 한 잔 하면 좋겠다싶어서 매일 차 한 잔과 함께 글쓰기를 했다.
어느 때는 두 바닥, 어느 때는 한 바닥 겨우. 글이 술술 잘 써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지만 출근 전 뭐라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니 명료해진 머리로 회사에 갈 수 있었다.
기상 시간을 몇 주 더 앞당기면서 글쓰기를 하고나서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10~15분 짧은 시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독서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나는 문학 쪽으로 편향된 독서 습관을 갖고 있었는데, 아침에는 조금 덜 복잡하고 읽기에 어렵지 않은 책을 찾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일어나는 것 그 자체다. 침대와 포근한 이불이 최대의 적이다. 나도 여전히 이게 제일 어렵다. 당신이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침에 뭘할지 고민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세수부터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려운 일을 그나마 쉽게 하려면, 내 행동 반경과 움직임을 줄여서 최대한의 효과를 꾀해야 한다. 누워서 손이 닿는 위치에 물을 두고 눈을 뜨면 물부터 마셔 잠을 깬다거나 하는 식이다. 나는 침대에서 손을 뻗으면 창을 열 수 있어서 눈을 뜨면 창문부터 열었다. 차가운 공기와 바깥 소음의 도움을 받아 잠을 깼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해 아침 스트레칭이나 침대에서 하는 스트레칭 영상 등을 검색해 틀고, 비몽사몽간에 무작정 했다. 여기엔 에일린 님의 도움이 컸다. 10여분 간단한 스트레칭이어도 하고나면 반드시 기분이 나아진다. '반드시'라고 확언할 수 있다.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어느새 익숙해진 아침 루틴을 실행했다.
아침형 인간 4개월차, 아침에 끼워넣고 싶은 활동은 여전히 많고 나는 조금씩 다시 게을러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요즘은 전기장판과 극세사이불의 합동작전 때문에 아침에 쉽게 일어날 수가 없다. 그래도 억지로 눈을 뜨고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작은 행동으로도 아침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 시작해서다. 아직 내 아침 루틴에 끼워넣지 못한 운동과 공부도 글쓰기와 독서처럼 조금씩 시간을 늘려 비집고 들어가게 하면 언젠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익숙함과 편안함은 다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은 정말로 편안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그 행위에 익숙해져서 그걸 편안함이라 착각하는 것일 수 있다. 하릴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이부자리에 널부러져 있는 게 편안한가? 그게 정말 편안함인지, 아니면 늘 해왔던 일이라 익숙함을 편안함으로 착각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착각이었다면 그걸 끊어내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