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가 정신 건강에 이로운 이유
공예를 다른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노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로 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을 더 많은 공정과 시간을 들여서 만드는 것이 공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예의 작품에는 작가가 작업한 시간도 담겨있다. 이것이 난 기계에 대체할 수 없는 공예의 유일무이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특히 도자라는 재료의 경우, 흙 반죽, 기본틀 제작, 굳히기, 깎기, 1차 초벌, 유약 바르기, 2차 재벌, 경우에 따라 3차까지. 엄청나게 많은 공정이 존재한다. 아무리 기본틀 제작을 잘해도 깎다가 구멍이 생겨 버리기도 하고 아무리 다른 것을 잘해도 기본 흙 반죽이 좋지 않다면 공기가 많아 초벌 가마 때 다 터지게 된다. 그리고 완벽하게 유약을 빌라고 가마의 온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상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섬세한 도자는 날씨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흙이 굳지 않게 비닐로 덮어놔도 날씨가 건조한 날에는 바짝 굳어있다. 그러면 부드러웠을 때 해야 하는 작업의 시간을 놓친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장마 때에는 비닐을 덮지 않아도 굳지 않는다. 그러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작업 시간을 내가 원할 때 맞추는 것이 아닌 흙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이것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도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빠르게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시간과 세월이 담겨있는 과정도 가치가 있다. 오래된 와인일수록 비싼 것도 그 세월의 따라 더 깊은 맛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위 사진은 대학교 4학년 코로나 시절 작업실 영상이다. 원래는 24시간 개방하던 작업실이 코로나로 인해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았다. 인원과 시간을 정해서 돌아가며 작업실을 썼다. 그래서 현저히 작업할 시간이 부족했다. 절대적 시간이 작업물의 퀄리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있다가 없으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깨달아지는 것처럼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졸업 시즌이었다.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예를 하려면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냥 머리만 쓰고 그림만 잘 그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공예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몸을 쓸 때, 실제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한다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운동을 하면 항스트레스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되고, 이 호르몬은 뇌에서 나오는 통증 신호를 차단한다. 더불어 기분, 감정, 수면과 식욕에 좋은 영향을 주는 '천연마약' 세로토닌을 생산한다.
우울할 때 제일 먼저 몸을 움직이라고 하는 것 또한 노동이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없어서 시간이 많은 사람보다 일하느라 바쁜 사람이 더 행복한 이유가 여기도 있다. 물론 사회적 안정감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이란 노동, 일을 할 때 기쁘고 활기차지는 것이다.
가끔은 공예 작업을 할 때,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작은 작업 하나가 결과물의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어느 작업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노동의 과정에서 공예의 마약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