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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흥준 May 28. 2021

연극 이야기_2  연극을 준비하며 2

공연 전 날 밤의 공기

봄과 여름 사이일까요.

해가 문득 길어졌습니다.

누군가에겐 마침내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새어 나오는 빛이 불청객이 되는 지하 극장의

검정의 문을 열고 한 걸음 계단의 층계를 오르니

저기 저 1층의 문 밖에서 노을이 내려옵니다.


연극을 준비하다 보니, 봄은 지났고 여름입니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나를 지켜보면

시간을 지켜볼 여유가 없었던 걸까요.

우연히 달력을 보면 이미 몇 장을 뜯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혼자 그려본 일들이 누군가와 같이 그리는 그림이 되고,

그 그림이 완성되려고 하는 지금, 조금 많이 떨립니다.

흐르는지도 모르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다가도,

우리가 준비한 이야기를 누구에게 내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무대 위에 서는 그 순간도 좋지만, 그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좋습니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마음에 쏟아낼 것 없이 흩어진 마음이어도,

그 조각들을 모아내는 과정마저 좋습니다.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일이,

길고 긴 터널을 지나도 여전히 좋다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이 되는 밤입니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것.

나의 팔을 허리춤만큼 들어도,

오른쪽으로 앞구르기를 해도,

무대 벽에 발을 대고 물구나무를 서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연극이 좋습니다.

한정된 이 공간만큼은,

 4 mX7 m 규격의 이 공간만큼은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어서 연극이 좋습니다.


이제 막이 올라갑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걱정과 설렘이 서로의 실마리를 두고 싸우지만,

오늘 밤에는 설렘만 데리고 잠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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