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흥준 May 16. 2021

연극 이야기 1_연극을 준비하며

좋아하잖아, 연극. 너 연극 좋아하잖아.

가슴이 뛰는 일을 해라.  온 힘을 다 쏟아내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하루의 발걸음을 겨우 집으로 옮겨도 웃으며 잠들 수 있는 일. 나는 최소한 내게 그런 일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 듯했다. 남들도 나에게 그랬다. 그래도 너는 네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지 않느냐고.


내가 좋아하는 일. 상상만 해도 눈이 감기고 배시시 웃음 나오는 일. 얼마나 좋고 그리웠으면, 군대에서의 수많은 밤을 그것을 상상하며 잠에 들었을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불침번이 예정되어 있어서 심란한 밤이면, 관물대 벽에 붙여 놓은 무대 위의 내 모습을 보며, 다시 무대에 설 그 모습을 상상하며 잠에 들었다.


이제, 매일  달콤했던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토록 꿈꾸던 일이지 않았는가.  시간 남짓한 연극 연습에 마음껏 에너지를 쏟아내고 공허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밤공기. 대본을 바라보고 읽어보다가 뭔지 모를 부담감이  아늑하게 느껴졌던 매일 . 나의 오늘을 좋아하고 꿈꾸던 일로 가득 채웠는데, 나는  떨려오는 가슴이, 어디선가 오는 설렘 때문인지, 걷잡을  없는 부담감 때문인지 고민하고 있을까.


쿵쾅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잠에 든다. 아니, 조금이라도 쉬면 안 될 거 같은 불안함에 초조해하며 잠이 찾아올 때까지 내가 먼저 잠을 찾아갈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로 나의 삶을 가득 채웠는데 두려움이 커지면 난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것이다. 이제는 개인적 두려움은 어떠한 판단의 근거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랐는데, 나는 구질구질하게 내 가슴 하나 관리하지 못할까 자책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막은 올라가고, 그 위에서 즐거우면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맞는 이야기지만, 안전한 연극, 더 멋진 연극, 가슴속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연극, 아니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연극을 만들고 싶다. 이런 여러 마음의 물결이 매일 파도치며 가슴을 울리니 불안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두려움에 쿵쾅대는 가슴은 내가 받은 축복이 아닐까.


아마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막이 내리면, 더 이상 가슴은 쿵쾅대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도 훨씬 적어질 것이다. 편안한 마음에 뒹굴 거리며 하루를 잠으로 때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공허하고, 또 공허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공연 후의 그 말로 표현 못할 공허함이 아닐까. 복작복작한 마음의 이야기들은 공연 뒤 편에게 양보하고, 지금은 준비에 집중해야겠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이야기 1_플로리다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