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 고리, 20년을 넘는 연결 고리.

by 김똥남

기원전 1700년, 수메르 문명에서 발견된 점토판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고 한다.


요즘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

나 역시 학생 시절을 거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나도 모르게 계속 듣고 있을 저 말을 한 학기에 세 번씩, 6회짜리 초등학교 과학교실 활동을 끝내면서 내 입에서도 튀어나왔다.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는 학생들을 보면서 말랑말랑해진 감정에 젖어들었다. '나도 이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애증의 눈빛으로 이 꼬마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문득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첫사랑으로 맘졸이던 그 때가 기억난다.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전달하는 방법을 몰라 장난만 치던 그 때, 듣기만 해도 간질간질한 그것, 나는 너와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사이였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특히나 못다 이룬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미화되어 남기 마련이니 이 글에서는 우리가 썸을 탔다고 하고 싶다, 너에겐 아무 감정이 아니었을지라도. 어쨌든, 나는 네게 서툴게 장난으로 내 맘을 전했었다. 너 뿐만이 아니라 그 시절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좋아했던 동방신기는 너를 좋아하던 내겐 주적이었고, 교복광고 브로셔에 나오는 그들의 사진에 낙서하고 이를 너에게 보여준 후, 짜증내는 너와 한번이라도 말 한 번 섞기를 바라는 유치한 장난을 통해 내 마음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곤 했다.


이십 년 가까이 긴 시간이 흐른 후, 비슷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마주한 꼬마들 역시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똑같이 서툴게 마음을 전하고 썸을 타고 있었다. 다만, 시대가 흐른만큼 우리 세대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제는 중견가수가 되어버린, 아이돌 동방신기가 전세계를 어우르는 BTS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우리 눈에는 너무너 뻔히 쉽게 보이는, 서로의 애정의 화살표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알겠냐며 내게 쉴새없이 조잘대며 물어보는 너희들을 보고 나도 십수년 전, 내 어설펐던 첫사랑과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선생님과 우리 부모님의 얼굴이 생각났다.


나 초등학생 시절, 그러니까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우리는 만화영화를 보고 동네 놀이터에서 같이 얼음땡, 경찰과도둑 따위의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구시대의 소속이기도 했으며, SES, GOD, 동방신기와 같은 아이돌의 덕질을 하고, 그와 동시에 컴퓨터의 보편화와 피씨방의 등장으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따위의 게임을 즐기기 시작하던 새로운 세대의 소속이기도 했다. 새천년을 맞이했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오갔던 우리처럼 특별한 세대는 우리 앞에서도, 그리고 우리 뒤에서도 절대 없으리라 자만했던 어린시절의 생각과는 달리, 시간이 흐른 뒤에도 너희는 십수 년 전 우리와 놀랄만치 닮아있다. 우리가 1~2세대 아이돌을 좋아했듯, 너희는 BTS와 트와이스 같은 아이돌 그룹에 빠져있고, 우리가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겼듯, 너희는 LOL 따위의 게임에 빠져있다.


결국, 우리는 돌고 도는 유행 속에서 시간의 변화만을 느낄 뿐, 시간을 관통하는 인간 본성은 그대로 유지되면 살아가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맘에 꼭 드는 너를 보면 가슴이 설레는건 당연하고, 어떻게든 너와 말 한마디 섞어볼 일 없을까 주위를 맴돌며 주의를 끄는 행동까지. 90년대 후반의 초등학생이었던 나와 2010년대 후반의 초등학생인 너, 우리는 이십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서로 너무나 닮아있다, 아니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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