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더미 Sep 02. 2021

엄마 나는 일회용기저귀가 싫어요

아기는 천기저귀가 좋아요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어느새 밤 8시다. 아기를 재울 준비를 한다. 신랑도 바쁘게 움직인다. 커튼을 치고 아기와 함께 모기가 있는지 확인한다. 아기가 양치하는 것을 도와주고 물을 한 모금 먹인 후 침대에 눕힌다. 천기저귀를 벗기고 일회용 기저귀를 채운다. 아기는 일회용 기저귀를 위로 못 올리게 손으로 막는다.     


아기가 일회용 기저귀가 싫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싫다고 표현한 게 언제였던가. 이미 몇 달은 지났다. 밤에도 천기저귀를 할 수 있다는 옵션이 있지만 모르는 척했다. 돌이 지난 후로 하루가 다르게 아기도 고집이 생기고 좋고 싫음이 분명해진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천기저귀를 사용했지만, 밤이 되면 일회용 기저귀를 준비했다. 밤에도 천기저귀를 사용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있었다. 아기가 돌이 될 즈음이다. 아침에 일어나도 기저귀가 젖어 있지 않았고, 나도 슬슬 육아에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 밤에도 천기저귀를 사용했다. 한 달도 못 가서 포기했다. 왜 천기저귀를 하니 밤에 오줌을 누는지. 한 번 옷과 이불이 다 젖고 나니 혹시 또 쉬를 한 건 아닌지 매일 잠을 설쳤다. 한 달이 채 못되어서 일회용 기저귀를 찾았다. 하루 한 장의 일탈이다.     


그 후로 6달이 지났다. 밤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일회용 기저귀를 채운다. 아기에게 충실한 나, 환경을 생각하는 나의 스위치를 끈다. 그리고 푹 잔다. 다시 생각해보면 푹 자는 건 아니다. 기저귀가 아니라도 밤귀가 밝은 나는 중간 중간에 아기 때문에 깨고, 밖에 소리에 깬다.     


아기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일회용 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입히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든다. 아기한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왜 밤에는 거칠거칠한 기저귀를 해야 하는지. 아기가 잠든 어느 날 센치한 기분과 함께 스멀스멀 생각들이 올라왔다. 나는 왜 아기도 싫다는데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걸까. 사실 내 시각과 촉각에도 거슬리는데!     


아기가 쉬를 해서 깰까 봐. 그래서 옷이랑 이불이 다 젖을까 봐. 내가 깰까 봐.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다. 아기는 푹 자면 쉬를 하지 않고 중간에 깨면 쉬를 할 때도 있다. 예민한 나는 아기 때문에 깰 때도 있고 신랑이 거실에 지나가는 소리에 깰 때도 있다.      


언제 다시 결심이 흔들릴지 모르지만, 다시 해보자. 

기저귀 땔 때는 팬티만 입히고도 자는데 뭐! 쉬가 새면 어때 생각하면서도 아기에게 일회용 기저귀를 채우자 아기가 손으로 기저귀를 내린다. 아기야, 천기저귀 할까? 하니까 웃는다. 천기저귀를 보여주는 다시 눕는다. 천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올리고 아기를 토닥여주니 이내 잠들었다.     


어? 그동안 촉감이 불편해서 못 잔 거였어? 어제는 재우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부들부들한 면기저귀 덕분일까. 신랑에게 말하니 “오늘 내가 밖에서 많이 놀아줘서 그런가 보다.”라고 한다. 음 역시 사람마다 해석은 다르다.

천기저귀


작가의 이전글 귤과 똥의 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