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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더미 Sep 04. 2021

출산준비물 천기저귀

면사각기저귀에 대하여

출산준비물 천기저귀 (면사각기저귀)   

  

임신 중에 맘카페를 통해 출산준비물을 알아보니, ‘출산준비물 리스트’라는 게 있었다. 여러 리스트를 비교해보고 중복되는 것들을 중요한 것 같아 적어놓고, 아기가 태어나면 필요할 것들을 준비했다. 목록에서 제일 의외였던 것은 바로 ‘사각 천기저귀 5장’이다. 천기저귀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은건가 생각했지만 이내 목욕수건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저귀로는 소창을 이미 준비해 놨기에 사각 천기저귀를 따로 사지는 않았지만,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 집에 몇 장 있었다. (소창도 직사각형으로 사각 기저귀라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각 천기저귀는 얇은 홑겹의 순면 또는 대나무로 만든 정사각형에 가까운 기저귀를 뜻한다) 크기가 큼직해서 여름에는 아기 목욕수건으로 사용하기에도 괜찮지만 아주 얇은 천이라 서늘해지면 좀 추운 느낌이 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목욕수건으로는 속싸개를 추천한다. 적당히 도톰하고 크기도 크고 촉감도 부드럽다.)     


이 기저귀는 본래의 용도보다 목욕수건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분명 이름은 기저귀인데 이 기저귀를 판매하는 곳에 설명을 봐도 목욕수건으로 추천한다고 적혀 있다. 면사각기저귀는 어쩌다 목욕 수건이 되었을까! 천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 시대의 새로운 생존법일까. 내가 아기일 때는 면사각기저귀를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소창의 인기에 밀린 걸까. 생각해보면 기저귀로 사용하기에도 적당하고 장점이 많다.     


사각천기저귀는 가격도 비싸지 않고 건조가 빠르며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4면 마감이 되어있어, 따로 바느질 마감하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도 있다. 길게 접어서 노란 고무줄이나 기저귀밴드로 허리를 묶어주면 간단한 기저귀 완성이다. 이 기저귀 위에 방수커버를 채우면, 밖에서도 거뜬히 사용할 수 있다. 접어서 포켓 기저귀 안에 넣는 흡수층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만능 기저귀라고 할 수 있다.     


사각천기저귀의 소재는 순면(면 100%), 대나무섬유가 섞인 기저귀로 나뉘는데, 순면소재가 오래 사용했을 때 내구성이 좋고 관리하기도 편리하다. 대나무섬유가 부드러워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보고 고르라고 하면 순면 기저귀를 고르겠다.     


내 수중에 들어온 이 사각 천기저귀를 여름에는 아기 목욕수건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기저귀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저귀용으로는 소창이, 수건 용도로는 속싸개가 충분히 있어서, 두 가지 용도에서 주연으로 활약할 순 없었다. 이 기저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여러 겹 겹쳐서 포켓기저귀 안에 넣는 흡수층으로 수선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다른 천으로 만든 흡수층에 밀려서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기에게 사각천기저귀를 해 준 사진을 찾아보았지만 소창기저귀를 하는 사진뿐이다. 오랜 시간 우리 집에 있었는데 기저귀로 역할을 한 것은 얼마 안 되는구나. 소창이 없었으면 사각기저귀를 많이 썼을까? 시간이 지나고 지금 생각해보면 꼭 소창이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강화도 무형광 소창의 가격이 날로 높아지고 원단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꼭 소창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면 면사각기저귀를 사용해 보면 어떨까. 하지만 나보고 소창과 면사각기저귀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특유의 뽀얀 색감과 無무늬가 주는 시각적 편안함이 좋아 소창을 택할 것 같으니 또 한 번 면사각기저귀 보기가 미안해진다.

면사각기저귀를 포켓기저귀 흡수층으로 수선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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