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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더미 Oct 23. 2021

천기저귀라는 라이프스타일

천기저귀를 시작할 수도 있는 당신에게


내가 만든 천 기저귀



아기는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나는 천 생리대를 사용한다. 우리(나와 아기)는 휴지도, 물티슈도 사용하지 않는다. 일회용품 없이 육아를 하면 더 힘들거라 생각하지만 진짜 제품(천으로 만든 진짜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더 여유로워졌다.



일회용 기저귀가 처음 나온 것이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제 천 기저귀를 사용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저귀의 주류가 되었다.



천 기저귀를 사용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옛날 우리 부모 세대의 천 기저귀를 떠올리며 내가 아기를 위하여 엄청난 희생과 수고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21세기의 천 기저귀는 20세기에 일회용 기저귀가 없어서 천 기저귀를 사용하던 때와는 다르다.



일회용품이 있지만, 진짜 천으로 만든 진짜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이 이 시대 엄마의 진정한 사치다. 여유가 있어야 생각해 볼 수 있는 천 기저귀를 사용하게 되면서 내 삶은 더 여유가 생겼다.



요즘 천 기저귀는 일회용 기저귀처럼 일체형으로 단추만 채우면 되고,

매번 갈아주는 것이 어려운 부모를 위하여 쉬를 해도 축축해지지 않는 기능성 섬유 방수 기저귀도 있다.



천 기저귀 생활은 의외로 재밌고, 즐겁다. 한 번 들어오니 굳이 나갈 필요를 못 느낀다. 하지만 이 세계로 들어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친절히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다. 이 글은 그런 마음에서 작성하였다.


21세기의 팬티형 천기저귀




나는 섬유 전문가, 육아 전문가도 아니다. 임신을 하기 전까지는 주 5일 눈뜨면 가기 싫어도 회사에 출근하고 또 막상 출근하면 열심히 일을 하는 평범하게 여유 없는, 명품도 사지 않는데 저축한 돈은 없는 버는 만큼 쓰는 직장인이었다. 일회용품이 다회용품보다 더 깨끗한 줄 알고 마구마구 사용하던 사람이었다.



임신을 하고 일을 쉬게 되면서 내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소창 행주, 소창 수건, 와입스, 생리대 등 급진적으로 일회용품을 없애고, 다회용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생활이 좋았다. 삶이 여유로워지니 좀 더 여유를 부릴 수 있었고, 그러니 더 여유가 생겼다.


기저귀도 천기저귀를 준비했고, 처음에는 일회용 기저귀와 병행하다가 지금은 천기저귀만 사용하고 있다.



천기저귀가 다시 기본이 되는 세상을 생각해봤지만, 그런 일이 쉬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기저귀를 고려할 때 일회용 기저귀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천기저귀라는 옵션도 고려해보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천기저귀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이것이 아기에게, 환경에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 사람은 옳지 않다고 비난할 생각도 없다. 나는 지금 회사에 가지 않고 전업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100% 천 기저귀만 사용할 수 있다. 내가 회사에 다녔다면?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다면? 내가 천기저귀를 고수할 수 있었을까?




천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기저귀를 빨아 쓸 수도 있구나 생각하고 봐준다면

천기저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적은 정보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제는 천기저귀가 아기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이렇게 즐겁고 여유로운 일상을 많은 사람이 경험해보면 좋겠다. 



혹여나 천기저귀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아기에게, 환경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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