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연애소설] 그날도, 오늘도 같은 눈물이 흐른다.

똑같은 눈물

by 휴리릭

며칠 전부터 이상했다. 내가 전화를 해도 지현이는 받지 않았고, 메일 답장도 오지 않았다. 느낌이 안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지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을 때 들려오는 지현이의 첫 목소리부터 좋지 않았다.


"오빠 있잖아."


항상 수다가 끊이지 않았던 우리 사이였기에 몇 초의 공백은 낯설었다. 한국보다 훨씬 추운 나라에 와 있는 지금, 긴장한 내 숨과 함께 하얀 연기가 내 눈앞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예외 없이 적중했다.


"우리 며칠만 시간을 갖자. 내가 정리되면 다시 연락할게."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지현이와 처음 인사를 나눴다. 친구의 후배였던 지현이는 우리 옆 테이블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려 놀았다. 지현이는 처음부터 내게 적극적이었다. 대학교 신입생이자 스무 살밖에 안 된 지현이가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우린 정말 잘 통했고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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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우리는 청계천을 함께 거닐었고, 그날 밤 나는 지현이에게 고백을 했다. 하지만 지현이는 선뜻 날 받아주지 않았다. 두 달 뒤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교환학생을 안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였기에, 지현이에게 한 학기만 버텨달라고 했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난 이기적이었지만, 지현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겨울, 우리는 많은 추억을 쌓았다. 시간이 없었기에 우리는 날마다 만났다. 우리 둘 다 태어나 처음으로 새해의 첫 태양을 동해에서 보기도 했고, 계절학기 시험공부를 하는 지현이를 위해 같이 밤을 새우기도 했다.


발렌타인 데이를 하루 앞둔 그날 밤, 내가 해외로 떠나기 전 바로 그날 밤, 우리는 한참을 울었다. 즐거운 이야기만 하고 헤어지려 했지만, 어느 순간 터져버린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한 명이 겨우 멈추면, 다른 한 명이 울고 있는 모습에 다시 또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밤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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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은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긴 건 강원도 철원에서의 군 생활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극한의 추위였다. 영하 40도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는 온몸으로 체험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고, 그 체험을 날마다 하고 있었다.


그곳 학생들도 나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얼굴과 패션 모두 그들과는 분명히 다른 나는 그들에게 분명 눈에 띄었을 것이다. 인싸의 기질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들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초반부터 열성적으로 그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축제 때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그걸 계기로 한 여학생과 친해지게 됐다.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서 2년을 살았다는 그 친구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해서 내가 그곳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평상시 같았으면 이성적인 호감도 느꼈겠지만, 지현이를 한국에 두고 온 나는, 뜨거운 눈물로 지현이와 잠깐 떨어져 있기로 한 나는 지현이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곳은 환경이 열악해서 한국만큼 인터넷이 빠르지 않았다. 게다가 기숙사는 아예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학교나 시내에 있는 카페에 가야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고, 뉴스를 클릭하고 10초 정도 명상을 해야 페이지가 넘어가는 수준의 속도였다. 지현이에게 메일을 자주 보내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한 번 도전했다가 지금까지 썼던 것을 모두 날려버린 뒤로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지현이에게 편지를 보냈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에 한 장이라도 지현이에게 편지를 썼다. 하루하루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 가득했기에 편지에 쓸 말은 많았다. 일주일치를 모아 한 시간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편지를 보냈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난 지현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두툼한 편지를 처음으로 받은 날, 지현이는 해맑은 목소리로 3개월만 더 기다리면 되겠다고 했었다. 지현이에게 한 번쯤 편지로 답장이 올 줄 알았지만 지현이는 늘 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렇게 한 학기가 금방 가고 곧 지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진리인가 보다. 지현이도 메일에 일상 이야기를 많이 적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상을 조금씩 숨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없어서 심심한 마음에 가입했다는 동아리가 재밌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동아리 이야기가 사라졌다. 그 동아리를 더 이상 하지 않거나 아니면 그 동아리에서 내게 말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그 동아리에 대한 내 걱정은 비극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현이와의 마지막 통화를 한 다음 날,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대신 지현이가 지금까지 내게 보낸 메일을 읽어봤다. 궁금함과 그리움이 가득했던 메일은 조금씩 생기를 잃어갔다. 나처럼 날마다 일상을 적어서 보내던 메일은 간격이 조금씩 벌어졌고 마지막 메일은 벌써 2주 전이었다.


이제 지현이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그날처럼 내 눈에 눈물이 흐른다. 똑같이 뜨겁지만, 그날의 눈물과 오늘의 눈물은 다르다. 함께했던 추억이 부디 지현이에게도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라며 마지막 편지를 쓴다.






똑같은 눈물

(원곡 : 행복했었다 song by 조성모)


아니

흐려진 내 목소리 들려주기 싫어

멋지게 떠나는 너를 보내주려

급하게 끊어야만 달랠 수 있는 아픈 가슴


여기

미소로 지켜주던 우리의 사랑

멀리서 날 기다릴 너를 그리며

내 맘을 담은 사랑 편질 너에게

보냈었다


나 정말 행복했었다

나 정말 사랑했었다

내 사랑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흐느낀 너의 목소릴

놓치긴 싫었지만

여기까지란 네 말이



몰라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 건지

그렇게 뜨거웠던 우리 추억이

사진 속 닮아가던 우리 미소가

흐려진다


그날 밤 눈물이 났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똑같이 뜨거운 눈물

왜 이리 다른지


한동안 내 맘 채웠던

너는 이렇게 떠나도

우리 추억 여기 그대로


네 맘에 들어가던 떨림

네게 편지 쓰던 시간은

나의 가슴이 늘 기억하겠지


언젠가 우리 사랑을

네 가슴이 추억할 때

늘 좋은 기억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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