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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Jan 11. 2022

비디오 판독. 자진신고제를 도입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여자배구 V리그 2022년 1월 1주 리뷰

 우리나라 구기종목 스포츠 중 가장 먼저 비디오 판독 도입된 종목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배구입니다. 무려 2007-2008 시즌부터 시작했습니다. 야구는 메이저리그에서 2014년에 처음 시작했고, 축구는 2017년에서야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배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이자 세계 배구 역사상 최초로 비디오 판독을 시행했습니다.


 구기 스포츠에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스포츠 중계를 보는 데 있어서 흐름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팬의 입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함부로, 섣불리 환호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심의 최초 판정과 다르게 최종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죠. 구기종목 중에서는 축구가 가장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한 경기에 골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경기이기 때문이죠. 골이 터져서 환호했지만 곧바로 VAR에 들어가고 골이 취소되는 것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든요.





비디오 판독의 명과 암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팬들은 경기의 공정성에 대한 안심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눈은 아무래도 100% 정확할 수 없죠. 찰나의 순간에 이뤄진 것을 매번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어렵고, 다양한 방해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보기 어려운 순간들도 많죠. 하지만 그런 애매함을 비디오 판독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블로킹 터치아웃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공이 블로커 손가락을 스쳤는지 여부를 주심이 순간적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겠죠.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느린 화면으로 보면 대부분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정 부분만 확대해서 보여주는 돋보기 기능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팬들도 비디오 판독의 결과를 함께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경기의 흐름이 자주 끊어집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주심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어서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는 횟수가 전보다 많아졌습니다. 경기의 공정성과 심판의 정확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래도 경기의 흐름은 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진짜 비디오 판독의 목적이 아닌 말 그대로 경기의 흐름을 끊어주기 위한 비디오 판독도 종종 이뤄지고는 합니다.


자료 출처 : KOVO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


 심판에 대한 권위가 내려가는 것도 있습니다. 모든 심판이 최선을 다해 판정을 내린다는 전제 하에, 어떤 심판의 판독이 자주 틀릴 경우 그 심판에 대한 신뢰는 사라질 수밖에 없겠죠. 이번 시즌 3라운드까지 비디오 판독 오심의 비율이 33.90%입니다. 지난 시즌보다 수치가 개선되었지만, 비디오 판독 3번 중 1번은 오심이라는 건 누군가에게 심판 판정에 대해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수치일 수 있습니다.


 배구는 비디오 판독을 하는 횟수가 다른 종목에 적어서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만, 비디오 판독 횟수가 훨씬 많고 더 까다로운 야구의 경우 심판의 자질에 대한 논란도 꽤 있습니다. 심판들마다 판정과 비디오 판독의 일치 비율까지 공개할 정도니까요.

 


비디오 판독 자진신고제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요?


 이번 시즌 전반기까지 비디오 판독은 세트당 0.84회 이뤄졌습니다. 주심이 직접 요청하는 셀프 비디오 판독은 세트당 평균 0.36회를 기록했습니다.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볼의 인/아웃, 터치아웃, 네트터치, 수비 성공/실패 등. 대부분 카메라로 영상을 확인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전에 그 결과를 알고 있는 한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모르고 딱 한 명만이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블로커 터치아웃입니다.


 A팀이 스파이크를 때렸고 아웃이 선언되었습니다. 그러자 A팀에서 B팀 블로커 터치아웃 여부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습니다. 만약 B팀 블로커의 손에 맞았다면 그 선수는 이미 터치아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터치아웃이라고 자진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일반적인 룰이거든요. 비디오 판독으로 밝혀질 때까지 그 선수는 안 맞은 척 연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터치아웃이라는 것이 대부분 명백하게 밝혀집니다. 터치아웃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그 선수는 멋쩍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볼의 인/아웃 같이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본인 손에 공이 맞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볼이 손에 맞았다면 그 선수는 판정의 결과가 터치아웃이 되어야 맞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매우 예외적으로 손에 터치된 느낌이 정말 없이 터치아웃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디오 판독 대상 중 이 경우만 자진신고제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요? 위의 경우에 한해서, 비디오 판독이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선수가 내 손을 맞았다고 바로 밝히는 거죠. 그러면 비디오 판독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선수가 멋쩍어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텐데요. 팬들은 그 선수에게 박수를 쳐줄 것입니다.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이고, 팬들을 위해 비디오 판독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시켜 주는 것이니까요. 자진신고했다고 해서 그 누구도 이 선수를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비디오 판독을 하면 밝혀지는 것이니까요.


 물론 비디오 판독 요청이 없는데도 자진해서 신고할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것도 팀과 감독의 능력 중 하나니까요.


 다른 종목에 비해서 훨씬 빨리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배구이기 때문에 이런 신선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7연승 VS 12연승, 그 승자는?


 19승 1패, 7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건설. 그리고 현대건설의 13연승을 저지하고 12연승을 달리고 있던 한국도로공사. 새해 첫 빅매치가 지난 8일(토) 있었습니다.


 현대건설은 한국도로공사보다 하루 더 쉬었지만, 직전 경기인 KGC인삼공사와 풀세트 접전까지 펼치며 체력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주전 리베로인 김연견 선수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죠.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경기인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를 3대0으로 이기며 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김천에서 광주로 이동해서 경기를 마치고, 수원으로 이동해서 경기를 해야 하는 불리함이 있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경기도 홈경기였기 때문에 이동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현대건설에는 1라운드 MVP 야스민과 2라운드 MVP 양효진이 있었고, 한국도로공사에는 3라운드 MVP 켈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클러치박 박정아 선수가 있었죠.


 1세트는 접접으로 계속 흘러가다가 후반부에 현대건설이 힘을 내지 못하고 22대25로 졌습니다. 분위기를 다시 만든 현대건설은 2세트를 25대17로 쉽게 따냈죠.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3세트였습니다. 23대24로 뒤지고 있던 현대건설의 이다인 세터는 양효진 선수에게 토스했고 양효진 선수는 깔끔한 득점으로 승부를 듀스로 만들고 갑니다. 그리고 이어진 한국도로공사의 공격. 켈시의 스파이크가 허공을 갈랐습니다.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결과는 아웃이었습니다.


켈시의 스파이크는 블로커 손에 맞지 않고 아웃이 되었습니다.


 25대24로 현대건설이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모두가 예상했듯이 다시 켈시 선수에게 공이 올라갔고, 첫 번째 스파이크는 유효블로킹이 이뤄지며 실패. 다시 한번 켈시 선수에게 토스가 올라갔지만 또다시 스파이크는 허공을 갈랐습니다. 그렇게 현대건설이 3세트를 가져왔습니다.


 자신감이 붙은 현대건설은 4세트에도 계속 주도권을 쥐었습니다. 반면 3세트 후반부터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져 보이는 켈시 선수였습니다. 박정아 선수가 분전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경기 뒤에 밝혀졌지만 켈시 선수가 복통이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야스민 선수가 양 팀 최대 36점을 기록했습니다. 양효진 선수와 이다현 선수가 그 뒤를 이었구요. 현대건설의 승리에는 속공이 있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국도로공사에게는 켈시 선수밖에 선택권이 없었지만, 현대건설은 아니었습니다. 야스민 선수 외에도 속공이라는 옵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공격 루트에 한국도로공사의 블로킹은 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교체로 들어가 좋은 서브로 상대를 흔들어 놓았던 등번호 20번 전하리 선수가 이 날의 주인공! / 이미지 출처 : 현대건설 배구단 인스타그램


  현대건설은 단 21경기만에 20승을 달성하며 V리그 여자부 역대 최소경기 20승을 달성했습니다. 20승을 만드는 데까지 패배는 딱 한 번이면 충분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현대건설 배구단 인스타그램



중위권을 넘보기 시작하는 흥국생명


 그런데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팀 더 있습니다. 바로 흥국생명입니다. 흥국생명은 지난 7일(금)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3대1 승리를 거뒀습니다. 어느새 8승을 거뒀고, 승점 24점을 얻었습니다. 2라운드까지만 해도 흥국생명의 승점은 9점에 불과했습니다. 경기 외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IBK기업은행, 신생팀 페퍼저축은행과 함께 3약을 이루고 있었죠.


새해 첫 경기 승리를 거둔 흥국생명 / 이미지 출처 : 흥국생명 배구단 인스타그램


 하지만 최근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중위권을 조금씩 넘보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 캣벨이 코트에 완전히 적응을 한 모습이고, 이주아 선수의 성장도 정말 반갑습니다. 지난 시즌 급하게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김다솔 세터도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자배구 V리그 2022년 1월 1주 차까지 순위 /  이미지 출처 : KOVO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


 현재 5위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은 아직 4위 KGC인삼공사와의 승점 차이가 13점이나 됩니다. 하지만 6위 IBK기업은행과의 승점 차이는 15점입니다. 하위권보다 중위권이 더 가까운 위치까지 흥국생명은 올라왔습니다.



더 올라가려는 흥국생명 VS 다시 시작하는 한국도로공사


 이번 주 12일(수)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가 있습니다. 흥국생명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중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강팀을 상대로 이길 필요가 있습니다. 흥국생명은 지난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잡았고, 이번 상대는 한국도로공사입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13연승이 좌절됐고, 떨어진 분위기를 승리로 다시 반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복통과 함께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인 켈시 선수의 회복이 중요해 보입니다. 연승 후의 패배는 생각보다 더 쓰라리고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한 번 졌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 되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생길 수 있는 거죠. 한국도로공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승리입니다. 현대건설도 13연승이 좌절됐지만, 연패는 하지 않았고 다시 8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상승세의 흥국생명이 인천 홈에서 한국도로공사에게 연패를 안길지, 한국도로공사가 다시 승리를 쌓으며 현대건설을 추격할지 경기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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