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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Nov 03. 2021

에이스가 빠져도 이길 수 있는 팀이 강팀입니다!

여자배구 V리그 10월 마지막주 리뷰

 배구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야구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야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산은 그동안 김현수, 양의지 등 팀의 핵심 선수를 FA로 다른 팀에 보냈습니다. 그 금액만 해도 400억이 넘는다고 하죠. 핵심 선수가 떠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다음 시즌 전략 약화로 두산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거라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두산에는 떠난 선수를 대체하는 선수가 늘 등장했습니다. 그 선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해주거나, 혹은 떠난 선수보다 더 잘하는 선수도 있었죠. 그렇게 최근 6년 동안 3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구요. 강팀은 그런 겁니다. (참고로 저는 두산 팬은 아닙니다만, 두산의 대단함은 인정합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도 될 팀은 됩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라는 말이 있죠.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돌려 맞추는 모양을 이르는 말입니다.



 보통 강팀은 이게 됩니다. 선수 한두 명 빠졌다고 해서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심지어 에이스가 빠지더라도 말이죠. 빠진 공백을 대기하고 있던 다른 선수가 메우는데 당연히 완벽할 수는 없죠. 윗돌에 원래 모양이 있는데 아랫돌을 빼서 거기에 끼우려고 하니 딱 맞긴 어렵죠. 하지만 주변의 돌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선수들이 움직여주고 도와주면 아랫돌도 그 자리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빠진 선수가 돌아올 때까지 버텨주는 거죠. 야구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산이 그랬죠. 그리고 여자배구에서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이 그렇습니다.



꼴찌에서 어느새 강팀이 돼버린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11승 19패로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11년 연속 블로킹 1위를 차지했던 양효진 선수는 블로킹 순위에서 5위밖에 못하기도 했죠. "지난 시즌 너무 많이 져서 더 이상 지고 싶다"라고 선수들끼리 이야기했을 정도라고 하죠.


현대건설 5연승 기념샷 / 이미지 출처 : 현대건설 배구단 인스타그램


 지난 10월 31일(일) 펼쳐진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는 왜 현대건설이 강팀인지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현대건설은 4연승, KGC인삼공사는 3연승을 달리는 중이어서 매우 중요한 경기였죠. 문제는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인 야스민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그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야스민 선수는 첫 경기부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공격성공률 1위, 서브 1위, 득점 2위, 오픈공격 2위, 후위공격 2위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에이스가 빠진다는 건 현대건설 입장에서 치명타였죠.


공격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현대건설 야스민 선수


 그런데! 이 날 경기는 야스민의 부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야스민 대신 출전한 베테랑  황연주 선수는 15득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혔고, 18득점을 기록한 양효진 선수를 포함해 다른 선수들도 골고루 득점을 했습니다. 공격이 약해지면 수비로 득점을 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듯이, 블로킹으로 9득점을 했는데 특히 블로킹으로 KGC인삼공사의 이소영 선수를 확실하게 차단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소영 선수는 6득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으니까요.

김연경 선수가 콕 찍어 잘 키워달라고 했던 정지윤 선수가 아직 레프트 포지션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해 경기 출전시간이 적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현대건설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정지윤 선수가 바뀐 포지션에 적응을 마치고 코트에 더 많은 시간 투입된다면, 현대건설은 지금보다 더 무서운 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데 회사도, 육아도... 비슷하더라구요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사실 이건 스포츠뿐만 아니라 일상의 많은 분야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도 그렇잖아요. 팀원 중에 누군가가 갑자기 회사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하지만 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 강팀의 모습이죠. 특히 몸이 아프거나 슬픈 일을 당해 결원이 생길 경우, 그 사람 때문에 일을 더 많이 해야 해서 원망하기보다는 그 사람 몫까지 남은 사람들이 나눠서 잘 처리하는 것이 좋은 팀의 모습이죠. 동료애가 살아있는 거니까요. 한 명 빠졌다고 갑자기 팀이 안 돌아가고, 우왕좌왕한다면 그건 좋은 팀이 되기 어렵겠죠.



 육아도 그렇더라구요. 기본적인 역할 분담은 하지만, 아빠가 엄마의 역할을 전혀 몰라서는 곤란하죠. 사정이 생기면 아빠가 엄마 역할까지 해야 하는데 못하면 안 되잖아요. 요리는 엄마 역할이었는데 사정상 엄마가 오늘 요리를 못하면 아빠가 해야 하잖아요. 안 그러면 아기는 먹을 것이 없게 되니까요. 육아에서도 부모가 혹시 모를 한 명의 부재에 대비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아기가 잘 성장할 수 있겠죠. 아빠와 엄마 사이에도 동료애(?)가 필요합니다.



대혼돈의 여자배구는 계속 흥미진진합니다!


 이번 시즌 여자배구는 전문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IBK기업은행이 승점을 1점도 따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라는 국가대표 3명을 보유하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직 승점을 따지 못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과 꼴찌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5전 전승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고,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가 나란히 3승 1패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신기한 점 중 하나는 아직까지 여자배구에서 풀세트 경기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언제 어떤 경기에서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주 일요일(11월 7일),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초반 상위권 경쟁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결정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가장 기대되는 경기 KGC인삼공사 vs GS칼텍스 (2021.11.7.일, 대전충무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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