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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Oct 26. 2021

에이스가 있다는 것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배구와 같은 단체 스포츠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팀에 에이스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도 생각보다 큽니다. 에이스가 있다면 팀의 입장에서는 매우 든든하고 안심이 되거든요. 중요한 순간에 에이스에게 의지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존재만으로 상대방에게 위협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에이스를 보유한 팀은 훨씬 폭넓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죠. <슬램덩크>라는 만화에서 서태웅이라는 에이스가 슛이 아닌 패스라는 선택권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 팀은 훨씬 더 강해진 것처럼 말이죠.


패스를 장착하고 더 강해진 에이스 서태웅

 




수많은 우리나라의 에이스들


 우리나라 스포츠에는 수많은 에이스들이 존재했죠. 현재 활약하고 있는 선수 기준으로 대표적인 에이스를 꼽아보자면 야구 류현진 선수, 축구 손흥민 선수, 배구 김연경 선수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 선발 투수는 당시 나이 22살에 불과한 류현진 선수였습니다. 상대는 아마야구 최강으로 불리던 쿠바였죠. 류현진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 나이가 어린 편이었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고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 선수를 결승전 선발로 준비시켰습니다. 류현진 선수는 결승전의 부담감 같은 건 느끼지 못한다는 듯 편안한 피칭으로 9회 원아웃까지 단 2실점하며 호투를 했고, 이해할 수 없는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적용으로 완투를 놓쳤지만 우리나라는 그 경기를 승리하며 금메달을 땄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 독일전. 우리나라는 이전 2경기에서 모두 패했지만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경우의 수에 따라 16강 진출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세계랭킹 1위 독일이었죠. 독일은 지금껏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 번도 탈락한 적이 없는 나라였구요. 승리를 바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는 건 기적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일의 실수를 득점으로 연결시켰고, 1대 0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경기 종료 직전, 롱패스를 따라 엄청난 스퍼트로 달려가서 골로 연결시킨 선수가 있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이라 체력이 거의 바닥난 시점인데도 마치 경기 시작할 때와 같은 스피드를 보여줬죠. 손흥민 선수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걸 알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우리는 그런 에이스를 보며 눈물을 흘렸죠.


 2021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전. 마지막 5세트 14-13, 김연경 선수가 점프했고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4강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김연경 선수는 5세트 9-10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부터 무려 5득점을 해냈고, 승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또 다른 4강 신화였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김연경 선수가 기록한 207 득점은 아직도 올림픽에서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자배구는 이런 에이스를 보유했었습니다.



승리를 가져오는 에이스


 우리나라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세르비아의 보스코비치라는 선수를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 블로킹 앞에서 엄청난 공격을 선보였고, 결국 33점을 기록하며 우리나라에게 패배를 안겨줬죠. 터키 리그에서 김연경 선수와 한 팀에서 뛸 때도 엄청난 선수 같아 보였는데, 상대팀으로 만나니 정말 위협적인 선수였습니다. 보스코비치 선수는 스파이크를 때릴 때마다 대부분 성공을 시켰고, 에이스의 존재감을 보여줬죠. 덕분에 다른 선수들도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구요.

 얼마나 막기 힘들었는지 평소에는 경기 때 거의 표정이 없는 박정아 선수가 보스코비치의 스파이크를 블로킹하고 나서 웃는 표정의 짤은 엄청난 이슈가 될 정도였죠.


블로킹을 성공하고 보스코비치 선수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박정아 선수

 우리의 에이스 김연경 선수도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동메달까지는 조금 역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김연경이라는 에이스와 함께 우리보다 훨씬 세계랭킹이 높은 나라들을 차례로 꺾었고, 4강 신화라는 행복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에이스 김연경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썼던 글로 대체합니다.

https://brunch.co.kr/@heuriric/44


 아, 참고로 이건 TMI입니다만, 김연경 선수가 세계 배구 선수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현재 구독자 약 140만 명) 골드 버튼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합니다. '식빵언니'는 온라인에서도 에이스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VhUw50KohEPkjL3Ox2saag



외국인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담당하는 국내 배구의 한계


 우리나라 여자배구는 각 팀마다 용병을 한 명씩 보유하게 되어있습니다. 지난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구슬 개수를 배분하고, 구슬을 추첨하여 그 결과에 따라 순서대로 용병을 지명하게 되는 거죠. 


이미지 출처 :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

 선발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그 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 선수는 한 경기에 무려 54점을 뽑아내기도 했을 만큼, 특히 전력이 약한 팀에게 외국인 선수는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라이트 포지션에서 공격을 책임집니다. 클러치 상황이 되면 세터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에게 토스를 올립니다. 그게 안전하고 성공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선수들은 클러치 상황에서 득점을 하는 경험을 별로 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국제대회에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죠. 라이트 포지션을 했던 국내 선수가 거의 없다 보니,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김희진 선수가 센터에서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꿔서 뛰기도 했죠.

 이번 도쿄올림픽까지는 김연경이라는 특출난 에이스와 클러치 상황에 강한 박정아 선수가 있어서 버텼지만, 당장 내년 아시안게임부터 김연경의 부재를 우리나라는 잘 극복해야 합니다. 클러치 상황에서 세터는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올려주는 경우가 많겠지만, 외국인 선수가 아닌 우리나라 선수도 해결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겠죠.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때입니다.



2021-2022 V리그 첫째 주 리뷰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큰 일을 낼 뻔했습니다. 첫 경기였던 KGC인삼공사 전에서 첫 세트를 이기는 이변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 경기를 1대 3으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예상보다는 전력이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고, 앞으로의 경기도 기대가 됩니다. 또한 주전 선수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시즌 시작 전 약체로 분류되었던 흥국생명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첫 경기 GS칼텍스와의 경기를 아쉽게 패배한 후, 두 번째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승리했죠. 

 현대건설이 정지윤 선수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면서도 3연승으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GS칼텍스는 2연승을 했으나,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된 페퍼저축은행과 흥국생명을 상대로 한 승리라 다음 현대건설과의 경기가 중요해 보입니다. KGC인삼공사는 새로운 리베로 노란의 활약과 이적생 이소영 선수의 활약과 함께 2연승을 거뒀습니다.

 반면,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를 보유한 IBK기업은행은 2연패에 빠졌고, 우승후보로 분류되었던 한국도로공사는 한 세트도 이기지 못하며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즌 전 이정철 해설위원은 5강1중(흥국생명)1약(페퍼저축은행)으로 분류하기도 했으나, 1중과 1약이 생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올 시즌 여자배구는 치열한 순위 접전을 이어가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27일(수)에 펼쳐질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시즌 초반 선두 싸움에 중요한 경기인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주 가장 기대되는 경기 GS칼텍스 vs 현대건설 (2021.10.27.수, 서울장충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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