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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Nov 09. 2021

처음부터 잘하면 반칙입니다!

여자배구 V리그 11월 1주 리뷰

 '첫 술에 배 부르랴'


 어떤 일이든지 처음부터 단번에 만족할 수 없다는 말이죠.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배가 부르는 순간이 오겠죠.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조금씩 배가 부르는 것이 느껴지는 페퍼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여자배구에 흥미와 활력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를 포함해 재밌는 경기들이 많았습니다. 총 6경기 중에서 셧아웃 승리는 딱 1경기(도로공사 VS GS칼텍스)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여자부에서 드디어 풀세트 경기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펼쳐진 경기 중, 재밌었던 2경기의 간단한 리뷰로 오늘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큰 일 한 번 낼 뻔했습니다만... 원래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턴 할만해요!


2021.11.5.(금), 현대건설 VS 페퍼저축은행, 수원체육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정말 큰 일을 내기 직전까지 갔던 경기였죠. 그것도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말이죠. 페퍼저축은행은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와 3세트를 따냅니다. 그리고 올 시즌 승점 확보를 확정합니다! (참고로 풀세트 경기의 경우 승리팀이 승점 2점, 패배팀이 승점 1점을 가져갑니다.) 내친김에 승리까지 노렸던 페퍼저축은행은 분위기가 너무 고조된 탓인지 4세트를 쉽게 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5세트. 두 팀은 끝날 때까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갑니다. 14-13으로 페퍼저축은행이 1점 뒤진 상황. 페퍼저축은행의 주장 이한비 선수가 서브를 넣습니다. 하지만... 서브는 허공 높이 솟아올라버리고, 그렇게 허무하게 경기는 끝납니다. 이한비 선수는 민망한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근데 처음부터 잘하면 반칙이잖아요! 이제 겨우 1라운드 지났어요. 신생아에게 달리기를 기대하지 않듯이, 신생팀에게 전승을 기대하지 않아요.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어가고, 어느새 걸음마를 하고 그러다 한 걸음 걷게 되는 걸 기대하는 거죠. 근데 페퍼저축은행은 이제 막 걸음마 한 것 같은데 곧 걸을 것만 같단 말이죠!


주장 이한비 선수가 환하게 웃는 날이 가까워 오는 것 같습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페퍼저축은행에게는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팀 창단 처음으로 승점을 획득했고, 여전히 아직 승점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을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팀이 어디 있고, 처음부터 이기는 팀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급하게 팀이 창단되는 와중에 1차 지명으로 뽑은 박사랑 선수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매우 힘들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김형실 감독도 현실적으로 목표는 5승이라고 했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보여준 1라운드였습니다. 주장 이한비 선수와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을 중심으로 넘치는 동료애와 투지, 명장 김형실 감독의 리더십, 새로운 신생 구단을 맞이한 페퍼저축은행의 홈구장 광주광역시 시민들의 열띤 응원이 함께 모여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1라운드에 보여줬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의 2라운드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그리고 아직 IBK기업은행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도 남아있습니다!


2라운드가 더 기대되는 페퍼저축은행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어 만나다!


2021.11.7.(일), KGC인삼공사 VS GS칼텍스, 대전충무제육관


 이소영 매치라고도 불렸던 경기였습니다. 지난 시즌 GS칼텍스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 MVP 등의 활약으로 GS칼텍스가 여자 프로배구 최초로 트레블의 역사를 쓰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소영 선수. 하지만 이소영 선수는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어 KGC인삼공사로 이적합니다.


 그리고 전 소속팀 GS칼텍스와 마주한 정규리그 첫 경기. 이소영 선수는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19득점과 함께 안정적인 리시브를 보여주며 경기 MVP에 뽑힙니다. 마찬가지로 GS칼텍스에서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박혜민 선수도 10득점을 기록하며 전 소속팀을 공략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친정팀에 비수를 꽂아버린 이소영, 박혜민 선수


 KGC인삼공사는 1세트를 이겼지만, 2세트를 듀스 끝에 29-31로 내주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게다가 KGC인삼공사 이형택 감독이 심판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면서 KGC인삼공사는 3세트를 감독없이 치러야 했습니다.


 감독은 없었지만 주장 한송이 선수가 있었습니다. 한송이 선수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며 선수들을 이끌었고, KGC인삼공사는 3세트를 25-18로 다소 쉽게 이겼습니다. 3세트가 끝나고 다시 코트로 돌아온 이형택 감독에게 한송이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별 걸 다하시네요. 창피하신 거예요?"


 KGC인삼공사에는 이런 여유가 있었기에 3세트를 잡을 수 있었고, 결국 그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이 없으면 주장이 하면 되니까 걱정 없는 KGC인삼공사



드디어 1승을 거두는 팀이 나옵니다!

 

2021-2022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순위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만 배구는 따뜻한 실내체육관에서 하니까 문제없습니다. 관중 입장도 허용되면서 뜨거운 순위 경쟁만큼이나 열띤 응원도 오랜만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1라운드 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반면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은 모두 지면서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약속이나 한 듯이, 승점 3점 차 간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라운드에 풀세트 경기가 딱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겠죠.

 

 11월 9일(화), 아직 1승도 하지 못한 두 팀이 드디어 맞붙습니다. 배구에는 무승부가 없기에 두 팀 중 한 팀은 마침내 1승을 거두게 됩니다. IBK기업은행이 1승을 거두며 부활의 신호탄을 쏠 것인지, 아니면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첫 승의 감격을 누릴 것인지 1라운드 마지막 경기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이번 주 가장 기대되는 경기! IBK기업은행 VS 페퍼저축은행 (2021.11.9.화, 화성종합실내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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