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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Nov 23. 2021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프로가 아닙니다!

+ 여자배구 V리그 11월 3주 리뷰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 기계가 하면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배구 서브 넣는 기계를 만든다면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서브를 넣을 수 있겠죠. 제대로 만든 기계가 넣는 서브를 인간이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르죠. 정말 수준 높은 경기를 보려면 기계들이 싸우는 경기를 보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승부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죠? 모든 걸 다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걸 다 막을 수 있는 방패의 대결 같은 거니까요.


 스포츠가 재밌는 이유는 불완전한 인간이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하기 때문에 실수가 나올 수도 있고, 합이 절묘하게 맞는 팀플레이도 나올 수가 있죠. 그리고 그런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기 위해 웨이트도 하고, 러닝도 하고, 비디오 분석도 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거죠. 인간이기 때문에 그 노력을 위해서는 굳은 의지가 필요합니다. 연봉도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죠. 자신의 몸값에 맞는 활약을 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죠. 또한 팬들의 응원과 사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신과 팀을 향해 보내주는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 선수라 할 수 있겠죠. 


 팬들은 이런 스포츠를 보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서 관전도 하고, TV로 시청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수나 구단의 굿즈를 사기도 하죠. 그리고 이건 다시 선수들의 몸값과 연결이 됩니다. 팬들이 많고 인기가 많아지면 그 스포츠의 인기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그 스포츠의 선수 몸값도 올라가죠.


 지난 글에서 여자 배구 인기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만(https://brunch.co.kr/@heuriric/79),

 꾸준히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여자배구는 선수들의 몸값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늘 프로스포츠에서 최정상이던 프로야구는 여러 사건 사고에 도쿄올림픽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인기는 추락하고 FA시장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반면 여자배구는 김연경 효과에 도쿄올림픽 4강 신화가 더해지며 인기는 수직 상승하고 있고, 이는 선수들 연봉에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가를 올려가던 여자배구에 또다시 암초가 등장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프로가 아닙니다.


 개막과 함께 7연패의 늪에 빠졌던 IBK기업은행.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라는 3명의 도쿄올림픽 멤버를 보유하고도 연패를 거듭하자 의문이 생기긴 했었습니다. 시즌 전 예상으로 이렇게까지 못할 팀은 아니었거든요. 더 큰 문제는 허무하게 지는 경기가 많았다는 겁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이겨보겠다기보다는 노력을 하다가 만 느낌이랄까요. 외국인 선수 라셈의 활약이 부족해서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라셈이 과연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죠. 국내 선수들끼리도 합이 안 맞는 경기가 태반이었으니까요.


 IBK기업은행 연패의 궁금증이 최근 풀렸습니다. 팀 내 불화가 문제였는데, 선수들끼리가 아닌 선수와 감독의 대립이 문제였습니다. IBK기업은행의 주전 세터이자 주장이었던 조송화 세터는 무단으로 팀을 이탈했고, 여기에 김사니 코치마저 이탈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IBK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과 단장을 경질했습니다. 그리고 복귀한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고 합니다. '쿠데타'라는 단어가 떠오른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IBK기업은행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릅니다. IBK기업은행 당사자를 포함해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경위와 진실이 어떤 것이든지 조송화 선수의 행위는 프로답지 못하고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프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팬에 대한 예의고, 연봉을 받는 이유입니다. 팀 내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최대한 팀 내에서 해결을 해야 하고,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배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이 보고 있고, 알고 있을 수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미디어와 팬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공간과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무단이탈해서 도망치는 건 최악의 해결책입니다. 무엇보다 이건 팬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한 팀의 주장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경기장에 나오지 않다니요... 사고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팀 내 불화로 무단이탈을 한다는 건... 팬의 입장에서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한창 인기를 올리고 있는 여자배구에도 큰 타격이고, 함께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도 감독과 단장을 경질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지 팬들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꼴찌에게 우리는 충분히 손뼉 쳐주고 격려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꼴찌에게 우리는 위로와 격려를 해줄 수 없습니다.


 항명이나 태업이라는 건 경기가 끝나고 감독 앞에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팬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됩니다. 쌍둥이 자매 사건으로 추락할 뻔한 여자배구가 도쿄올림픽 4강 신화로 무너지지 않고 더 높이 일어섰습니다. 10년 만에 탄생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합류로 팬들은 더 많고 다양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돼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처저축은행 10년 전에 탄생했던 IBK기업은행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기에 졌다고 팬들이 응원하던 팀을 떠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페퍼저축은행이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IBK기업은행은 부디 10년 전 창단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합니다! 그게 팬에 대한 예의입니다.



11월 3주 차 리뷰 - 1강3중3약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여자배구!

 

여자배구 V리그 11월 3주 차까지 순위


 현대건설은 연승 숫자를 10으로 늘렸습니다. 반면 KGC인삼공사는 한국도로공사에게 발목을 잡히며 4연승을 마감했습니다. 첫 세트를 23-25로 아쉽게 내준 KGC인삼공사는 2,3세트를 허무하게 내줬습니다. KGC인삼공사는 2세트부터 제대로 되는 플레이가 하나도 없었고, 한국도로공사는 드디어 상위권 팀을 잡으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박정아 선수가 오랜만에 활기찬 플레이를 보여줬고, 배유나 선수도 10득점으로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시즌 전 5강1중1약으로 예상되었던 여자배구는 1강3중3약으로 구도를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현대건설은 10연승으로 절대 선두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반면 2위부터 4위까지는 3점 차이로 촘촘하게 모여 있습니다. 하위권에서는 흥국생명이 앞서 있기는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경험치가 계속 쌓이면 순위는 충분히 역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열 손가락을 활짝 펴고 10연승 승리인증샷을 날려준 현대건설 선수들 / 이미지 출처 : 현대건설 배구단 인스타그램



이번 주도 다시 한국도로공사에 주목합니다!

 

 이번 주도 핵심은 중위권입니다. 한국도로공사가 24일(수) GS칼텍스를 만납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는 GS칼텍스만 만나면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시즌도 아직 승리가 없구요. 한국도로공사가 KGC인삼공사를 셧아웃 승리로 잡아낸 기운을 이어가면서 GS칼텍스를 잡고 중위권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아니면 GS칼텍스가 천적의 모습을 보여주며 2위 도약을 노릴지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중위권 판도가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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