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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Feb 08. 2022

우리 아이비케이가 달라졌어요!

+ 여자배구 V리그 2022년 1월 5주 리뷰

     "진작 좀 이렇게 하지!"


개막 전, 안정된 멤버와 전력으로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전력이라 평가받았습니다.

개막 후, 주전 세터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했고 팀은 몰락했습니다.

감독이 교체되고, 코치와 주전 세터가 나가고, 외국인 선수도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순위권 바닥에 있던 IBK기업은행은 어느새 5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비케이가 달라졌어요!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라는 국가대표 3명을 보유하고도 IBK기업은행은 시즌 초반부터 전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논란과 사건으로 인해 팀은 정리되지 않았고, 경기는 무기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건은 일단락됐고,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습니다. 주전 세터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세터가 들어왔습니다. 경기를 풀타임으로 뛸 준비가 되지 않아 보였던 새로운 외국인 선수는 새벽에도 러닝을 하는 절실함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기운과 분위기는 조금씩 생겨났고, 마침내 4연승을 만들었습니다. 


4연승 기념 인증샷을 남기는 선수들의 표정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 이미지 출처 : IBK기업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현재까지 IBK기업은행이 거둔 승수가 8승입니다.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4승을 최근 연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하경 세터가 있습니다. 


 논란이 있던 그 포지션에 투입되는 건 정말 부담됐을 겁니다. 팀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했고, 바뀐 외국인 선수와는 제대로 호흡을 맞춰볼 시간도 없었겠죠.

 그런데 '컴퓨터 세터'로 불렸던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습니다. 이미 순위 싸움은 어렵다며 패배주의에 빠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감독은 열심히 불어넣었습니다. 끈기, 자존심, 자신감 같은 것들이었겠죠. 프로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것들이 이 팀에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렇게 혹독하게 팀을 훈련시켰습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비케이가 달라졌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어느새 4연승을 했습니다. 프로다운 플레이에 한때는 구단에 실망했던 팬들도 많이 돌아왔습니다. 혹독하고 치열하게 단련된 김하경 세터는 이제 결코 쉽게 지는 경기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배구는 세터 놀음. 김하경 세터가 팀의 새로운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승리 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김하경 세터입니다. 시즌 중반에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쉬울 수는 없겠죠. 시즌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해도 모자란데, 많은 것이 바뀐 팀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특히 세터라는 포지션은 공격수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준비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기적처럼 빠른 시간 안에 IBK기업은행은 제자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은 얼른 털어버리고 다시 비상하는 IBK기업은행이 되기를 응원해 봅니다. 마음고생 심했을 김하경 선수도 부상 없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달라진 IBK기업은행의 중심인 세터 김하경 선수 / 이미지 출처 : IBK기업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13연승의 길목에서 만난 짜릿한 명승부 - 현대건설 VS GS칼텍스(2022.2.4.금)


 이번 시즌 가장 치열하고 멋진 세트가 나왔습니다.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마지막 5세트는 마치 도쿄올림픽 8강 터키전을 보는 듯했습니다. 한 점, 한 점 점수가 날 때마다 양 팀 선수들과 팬들은 긴장하고 환호했습니다.


 경기 초반은 GS칼텍스가 완벽하게 장악했습니다. 모마 선수는 2세트 중반에 이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괴력을 보였습니다. 현대건설은 공격에서 전혀 풀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양효진 선수의 득점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너무 쉽게 두 세트를 내줬습니다.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GS칼텍스 모마 선수 / 이미지 출처 : GS칼텍스 배구단 인스타그램


 현대건설은 이 경기 전까지 13연승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14연승으로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울 수 있었죠. 마침 여자부 최다 연승 기록인 14연승은 2009-2010 시즌 GS칼텍스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흥국생명도 2019-2020, 2020-2021 두 시즌에 걸쳐 14연승 타이기록 보유)


 강성형 감독은 작전 타임마다 하던 대로 하자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럴 만하죠. 지금까지 딱 한 번 밖에 안 진 팀인데. 경기가 잘 되고 이기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렇게 경기가 전혀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경험이 새로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선수들 몸은 무거워 보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14연승이라는 기록이 머리를 지배했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현대건설은 3세트부터 진짜 강팀의 특징 중 하나를 보여줍니다. 분명 질 것 같았는데 지지 않는다는 것. 2세트까지 맥없이 당하던 현대건설은 3세트부터 거짓말처럼 힘을 냅니다. 그 중심에는 양효진 선수가 있었죠. 양효진 선수가 때린 공이 GS칼텍스의 코트 구석에 꽂히기 시작하면서부터 현대건설은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현대건설은 3,4세트를 가져오고 승부는 마지막 5세트에 접어듭니다.


 5세트는 정말 치열한 공방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풀세트 접전에도 마지막까지 높이를 유지했던 현대건설이 승리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을 격파하며 분위기가 한껏 올라왔던 GS칼텍스는 다 잡았던 대어를 아깝게 놓쳤습니다.


14연승을 달성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의 인터뷰 / 이미지 출처 : 현대건설 배구단 인스타그램



치열해진 2위와 5위 싸움


 팀별로 9경기 정도만을 남겨둔 지금, 가장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건 2위와 5위입니다. 한 때 12연승을 하면서 3위로부터 멀리 도망갔었던 2위 한국도로공사가 3위 GS칼텍스에게 많이 따라 잡혔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3대0으로 이기면서 겨우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경기가 많습니다.


여자배구 V리그 현재까지 순위 / 이미지 출처 : KOVO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


 5위 싸움도 재밌어졌습니다. 흥국생명의 연패와 IBK기업은행의 연승이 만들어지면서 어느새 두 팀의 간격은 승점 3점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어느 팀과 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 끈기와 투지가 느껴집니다.

 반면 흥국생명은 캣벨 선수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서 어느새 6연패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2경기에서 승점을 얻지 못한다면 IBK기업은행에게 5위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대건설은 새로운 기록을 쓸 수 있을까요?


 현대건설은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면 15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듭니다. 그런데 하필 그 상대가 바로 한국도로공사입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겨줬던 팀인 바로 그 한국도로공사입니다.

 신기록이라는 건 정말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을 마치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이 15연승이라는 신기록의 길목에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가 편성되어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GS칼텍스라는 고비를 극적으로 넘었지만, 한국도로공사까지 넘어야만 신기록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 V리그 여자부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지, 아니면 또다시 한국도로공사가 현대건설의 연승을 저지할지.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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