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애플 민트

잠시 멈춰 선 자리에서 - 2

by Hewii

서점을 들르는 날에는 항상 걷던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꽤 멀었음에도 그 길이 좋아 걸었다. 오랜만에 걷는 그 거리는 예전과 비슷했다. 그 거리를 이루는 가게들만 변했을 뿐, 큰 도로, 바쁘게 다니는 직장인, 행인들. 그렇게 주위를 눈에 담으며 걷다 보니, 평소에는 눈길을 주지 않던 골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집으로 향하는 방향이었지만, 골목은 좁았고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길이었다. 나는 잠시 그 앞에 서 있었다.


식물과는 거리가 먼 내가, 작은 화분을 키워본 적이 있다. 식물명은 “애플 민트” 그 당시 주로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했던 허브였다.


오래전 독특한 운영방법을 가진 곳에서 나는 아르바이트를 꽤나 오래 했었다. 주로 커피를 팔지만 그곳엔 칵테일도 팔았다. 성인이 된 후 어쩌다 보니 칵테일, 커피에 관심이 생겨 선택했던 아르바이트였다.


나는 주방에서 메뉴판 안의 음료를 만들었다. 메뉴에는 모히또가 있었다. 상큼한 라임과 그를 받쳐주는 달달함, 입에서 터지는 은은한 탄산감이 기분 좋게 입안을 맴도는 칵테일이다. 그 칵테일의 상쾌함은 바로 애플민트가 담당했다. 나는 모히또의 매력에 빠져 집에서도 만들어 마시고 싶었다. 다른 재료는 구했지만 애플민트는 유독 구하기 힘들었다.


그 시절에 신선한 애플민트는 구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곳에서는 아주 작은 화분에 애플민트를 키웠고 그 잎으로 모히또를 만들었다. 다행히 모히또가 많이 알려진 시기가 아니어서 그 작은 화분은 앙상해질 틈이 없었다.


나는 집에서 모히또를 만들어 마시고 싶었다. 그 맛에 매료되어, 문득 누구보다 잘 만들고 싶었다. 우선 애플민트가 있는 작은 화분을 샀다. 그 작은 화분에서는 아주 여린 애플민트의 향이 났다. 내가 만들고 싶은 모히또는 조금 더 애플민트의 향이 짙길 바라, 그 잎을 더 키울 필요가 있었다.


조금 더 큰 화분에 약간의 자갈과 그 안에 영양분, 적당한 굵기의 흙을 담아내고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히 뽑아 옮겨 심었다. 애플 민트를 키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너무 과해도, 적어도 그 잎은 타들어가듯 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꽤 정성을 들여 키우니 그 달달한 향의 잎에 벌레가 꼬여 들어 갉아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지난 나의 청소년기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교실에는 주변을 채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누군가 정한 책임 없는 똑같은 시간표만 있을 뿐이었다. 그 바스락 거림은 위안의 소리였을까? 나뿐 아닌 수많은 가녀린 줄기들은 자신이 어디로 뻗어나가는지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시간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피어나길 갈망했다. 기다리는 법은 모른 채.


결국 나의 작은 화분들은 버텨내지 못하고 몇 번의 작은 화분들의 창틀에 오갔다. 그리고 나는 모히또를 마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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