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소하고 작은 물음

잠시 멈춰 선 자리에서 - 10

by Hewii

책상에서 벗어난 나는 산책을 나갔다. 해는 적당한 더위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하늘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번화가로 뻗어있는 공원으로 산책하기로 선택했다.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힘들면 그저 지하철을 타고 오면 그만이지만, 이 좋은 날씨를 지하에 숨어 있을 일은 없을 터였다. 퇴근길의 회사원들은 바쁜 걸음으로 회사를 벗어나고 있고, 주인과 산책 나온 강아지들은 세상을 다 가진 발걸음으로 쫄랑 거리며 활보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흘러보내며 걸었다. 그 생각의 대부분은 앞으로의 일이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할 것인지, 혹은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지. 흘려보내려 해도 흘려지지 않고, 답을 찾으려 해도 답이 없는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고 싶었던 일, 잘하고 싶었던 일을 업으로 삼았지만, 세상도 나도 변했는지 정말 좋아했던 일이 맞았을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하지만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잘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생각이 흐르는듯 내 발걸음도 시간과 함께 길을 따라 흘러갔다. 공원에는 가로 등이 한 개씩 켜졌고, 어느덧 도심 속의 한적한 공원은 점점 번화가의 중심으로 데려다 놓았다. 도심의 번화가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 낯선 사람들, 바뀌어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디 않았다. 몰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밖을 나오니 해는 자취를 감추었다.


도시의 밤은 시간을 잊은 듯 수많은 가로등, 간판 불빛들이 도시를 빛내고 있었다. 지나온 공원은 저마다의 빛으로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공원에 다시 발을 디딘 후,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공원의 야외 암피시어터이다. 길을 걷다 잠시 쉬어가기 좋은 그곳에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지만, 꽤나 어려 보이는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있었다.


아이들은 개성 있는 옷을 입고 음악을 작게 틀고 춤을 추고 있었다. 화려하게, 이쁘게, 그리고 재미있게 찍고 싶은지, 몇 번을 반복하며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작은 화면 속에 자신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무엇도 알지 못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의 얼굴이 미소가 가득했다.


얼마 전 나는 그 공간에 모여있는 그 아이들에 대한 영상들을 봤다. 누군가는 오해와 편견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고, 누군가는 오갈 곳 없어 그 공간에 섞여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잘못된 어른들의 유혹에 빠져, 며칠을 살기 위해 그 손을 잡아 밝게 빛나고 있는 줄도 모르는 자신의 미래를 내던졌다.


시대는 좋아졌지만 어느 때나 그랬듯 그림자는 존재했다. 변화가 닿지 못했을까? 아니면 탈을 쓴 변화일 뿐이었을까? 그 안에 소외된 아이들은 여전했다. 아마도 좋아진 것은 편리함일 뿐이었을까? 어떤 직무유기 중인 어떤 어른은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불평, 불만만 많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 그저 이 세상에서 자라날 뿐이다. 지금의 시대가 아닌 앞으로의 시대를 위해서.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아이들의 순수한 그 따뜻함을 공유해 주고 싶어졌다.


나는 어둠에 드러난 가로등과 수많은 학원들이 비추는 빛 사이의 공원길을 따라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내가 어릴 적에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며. 공원 길이 끝나고, 나는 조금 몸에 조금 무리가 느껴져 몇 정거장 되지 않는 거리지만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나는 버스 안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같은 동네 사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는 버스에 내렸다. 이 남자는 항상 같은 장면을 나에게 보여준다.


“아빠!!!!!” 한 여자 아이는 달려와 높이 뛰어 남자에게 안긴다.

“딸!!!!” 남자는 아이가 다치지 않게 품에 꼭 안았다. 그리고 묻는다

“딸! 오늘은 뭐 했어?”


아마도 가장 필요했던 건 그 남자의 작은 물음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