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작고 소중한 행복을 찾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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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유치원에 가게 된 아들을 데리고 바쁘게 등원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여전히 바람이 차서 옷깃을 여민다. 얼른 봄이 오면 좋겠네,라고 작게 푸념하는 사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진 등원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뭐지? 싶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조금 더 여유 있게 나오면 좋으련만 아이를 준비시키는 등원날 아침은 늘 그렇듯 좀처럼 여유롭지 못하다.
아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는 아이에게 세상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면 아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마무리된다. 비로소 여유를 되찾은 마음. 덕분에 내가 방금 놓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주변을 둘러본다. 무엇일까. 평소와 같은 장소, 같은 날씨인데.
그러다가 발견한다. 분명 빈가지였던 것이 어느 틈엔가 작은 몽우리를 틔우기 시작한 모습을. 빈가지를 볼 때면 그 나무가 그 나무인 줄 알았는데 작게 틔운 몽우리를 보며 아! 이 나무가 개나리였구나, 생각했다. 휑했던 거리가 곧 싱그러워질 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설레는 마음. 그제야 기다리던 봄이 이미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사계절 중에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봄'이라 말한다. 유독 추위를 타는 나로서는 긴 겨울을 지나온 것에 대한 안도감도 있지만, 앞으로 다가 올 따뜻한 날들에 대한 기대감과 그 안에 더불어 쌓일 추억들에 마냥 설레기 때문일까. 누가 묻지도 않는데 봄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듯, 봄바람이 불 때마다 혼자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길거리를 걷다 말고 예쁜 몽우리를 발견할 때마다 부지런히 찍어둔다. 바쁘게 지내는 사이 금세 피어버릴 것만 같아서. 놓치고 나면 또 1년을, 어쩌면 그다음 해까지도 보지 못할 그 짧은 찰나를, 작은 핸드폰 화면에라도 저장해 두기 위해.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좋은 건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되는 법이니까.
내가 이번 봄이 유난히 기다려지는 건 아마도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전에 살던 곳은 어디가 벚꽃이 가장 예쁜지, 어느 길로 산책해야 봄을 만끽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 동네에서의 봄은 처음이니까. 어디를 가도 설레어서 매일같이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걷다 오겠지, 생각하며 또 행복해져 버렸다.
봄이 다가오는 요즘, 사람들이 부디 소소한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변화는 작고 미세해서 눈길을 주지 않으면 금세 바뀌고 만다고. 하지만 분명 그 안에도 작은 기쁨이 있으니, 수도꼭지를 꼭 잠그듯 새어나가는 행복마저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누구보다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김신지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지금 흐르는 계절을 만끽하겠다고 다짐했다.
"1년이 사계절로 이루어진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일까.
너무 쉽게 지나가는 시간들.
다음에, 나중에, 하는 사이
바뀌어 있는 계절들.
그러니까 봄은 봄인 줄 알고,
여름은 여름인 줄 알고,
좋은 시간을 보내두라고.
왜냐하면 그 계절은,
지금도 쉼 없이 가고 있기 때문에."
김신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