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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잇 May 08. 2024

[서평] 아넵 《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내 인생은 나의 선택들이 모여 행복으로 향한다는 것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아마도 은유 작가님 책에서) '우리가 결혼하던 시기에는 결혼이 선택인 줄 몰랐다. 응당 해야 하는 일인 줄 알았다'라는 의미의 구절을 본 적이 있다.


나도 그랬다. 앞자리가 3을 달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하는 줄 알았고, 35살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 할 것만 같았다. 비교적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해 왔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그게 너무도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여자로서 결혼과 출산이 얼마나 인생을 송두리째 변하게 하는지 그때의 나는 알 길이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막연하게 이혼을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 이후의 삶, 주변의 시선까지. 하지만 책을 읽은 후 이혼 역시도 그저 '선택의 결과'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애당초 이혼이 '실패'라고 생각한다면 힘든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사는 건 '성공'인 것일까. 왜 우리는 '이혼'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결혼'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일 뿐이다.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생각하면 모든 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결국은 잘 살기 위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결정인 것이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면?


책을 읽는 동안 생각했다. '내 삶은 내가 챙길 것'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이혼을 결정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만큼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돌보려 했던 저자의 용기에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나도 내 삶을 적극적으로 챙겨야겠다는 용기마저 생겼다.


그녀가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결코 이혼 권장서가 아니다. 수많은 실패담을 담고 있는 자기 계발서가 실패 권장서가 아닌 것처럼. 이 책은 그저 잘 살자는 하나의 토닥임이다. 저마다의 사정에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그런 의미에서 특히 결혼을 앞둔 커플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당신은 여전히 뭐든 선택할 수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한 남자와의 사랑은 실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사랑은 실패하지 않았다.
나는 이혼을 겪으면서
비로소 나 자신을 깊게 사랑하게 되었다.
내 사랑은 이제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P.116 <실패한 사람이라고들 하더라구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핵심은
해달라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는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P.154 <좋은 말로 할 때 하지 마라>

뾰족했던 연필심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뭉툭해지는 동안
다 찔러버릴 기세로 뾰족했던 마음도
조금씩 뭉툭해졌다.

연필로 쓴 문장들은
사막처럼 말라버린 마음에 묘목처럼 심겼다. 아직 물길을 끌어오기엔 터무니없었지만,
자고 일어나면 이슬 정도는 맺힐 수 있을 묘목.

P.217 <마음에 나무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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