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두 껌껌한데도, 마치 한 여름에 짙게 뿌려진 구름이 눈 앞에 보인다. 주변엔 나와 그녀, 둘 밖에 없고, 사방은 적나라한 콘크리트 벽의 질감이 도드라져 보인다. 모든 것이 헐벗은듯한 공간, 그 속에서 그녀는 한 모금 들이쉰 뒤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나 하나 없어져도, 이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이, 돌이켜보면, 나는 정작, 아무것도 아녔구나.”
“뭐, 그런 셈이지.”
“이참에 나 뛰어내릴까 봐.”
“그래, 뛰어내리면, 역사에 한 획은 못 그어도, 뉴스에는 방송되겠지.”
그는 안다. 그녀가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농담들이 이미 그에게는 익숙한 것임을. 남들이 듣기엔 그냥, 정신 나간 이야기다.
“그런데, 내일은 뭐하지?”
그가 문득 남긴 한마디에, 그녀는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뭐, 그냥, 아름답게 죽을 방법이나 생각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