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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Nov 17. 2020

부모 잘 만나야 영어도 잘해?

[금수저 논란을 넘어서는 내면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born with a silver spoon in your mouth
= to have a high social position and be rich from birth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 사회적 지위가 높고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평소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강의가 업이기도 하고, 어린 딸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육아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맛보기 짧은 영상을 보다가, 전체 내용이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서 다시 보기를 했던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는 종영한 MBC의 <공부가 머니?>라는 에듀 예능이다. 전 아이돌 그룹 멤버인 K 부부가 출연을 한다.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 것은 7살 아이의 똘망함을 뛰어넘은 영재성과 학습 진행 상황이다.


10여 년 넘게 고등학생, 성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온 나는, 정작 6살 우리 딸 '알파벳' 읽기 시작하면서도 '너무 이른 거 아닌가..'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그런데, TV 속 7살 아이는 긴 단락의 영어 책을 읽고 문제 풀기를 한다. 코딩을 배우기도 한단다. 게다가 아내 되시는 분이자 미모의 어머니는 의사라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서 아이 공부를 직접 케어해 주는 완벽함까지 보여주신다.


아니나 다를까.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니,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공부는 유전자', '사교육 조장이다' 등등 원색적 비난도 있는 반면, 너무나도 다재다능한 귀여운 아이를 팬심으로 응원하는 랜선 이모&삼촌들도 많다.




불현듯 얼마 전 읽었던 기사가 떠오른다. 


기사에서는 개천용지수를 언급하며, 부모 해외 체류 경험이 영어 성적을 좌지우지한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기회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좋은 취지의 기사이기는 하지만, 관련 통계가 사실이라면 너무나 씁쓸하고, 암울하다. 적지 않은 수의 부모들이 영재아 관련 프로그램(타고난 영재성 혹은 천재성 제외) 혹은 이러저러한 기사 혹은 통계 자료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아이에게 이만큼 해 주지 못 하는 데, 저 집은 이렇게 해 주는구나. 엄마 아빠가 미안하다."라는 자괴감을 토로한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 신뢰, 유대감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 해외 체류 경험 혹은 타고난 유전적 성향 등이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 인정한다. 그러나 절대적이지는 않다.


교육기회의 평등에 관한 콜맨(Coleman)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의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3가지를 언급한다.


1. 경제적 자본(financial capital)
e.g. 부모의 소득, 재산, 직업 등

2. 인적 자본(human capital)
e.g. 부모의 지적 수준, 교육 수준

3.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e.g.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관심, 격려


이 중, 단연코 가장 비중이 큰 것은 3번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다. 가정에 다른 자본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이것들이 사회적 자본으로 실행되지 않으면 학생의 교육적 성취에 적절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내가 만나 왔던,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었던 학생들을 돌이켜 보면, 대부분 부모님과의 관계가 원만했다. 부모님과 아이 와의 상호 신뢰 및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본의 토대가 탄탄한 아이들이, 학업이든, 그 이후에 사회생활이든 잘 헤쳐 나간다.


물론, 본인의 타고난 천재성이 있거나, 1번 경제적 자본과 2번 인적 자본이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야 3번 사회적 자본이 다소 부족해도 그걸 만회할 수 있을 만한 성취를 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만난 상당수의 학생들, 학업 성적은 차치하고서라도, 품행마저 방정했던 학생들은 부모님과의 정서적 유대 관계가 몹시 훌륭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다. 이들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독립적으로, 설령 타고난 불리함이 있을지언정,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다.




다시 <공부가 머니?> 프로그램 이야기로 돌아와서. K가족 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많이 인상 깊었던 부분은 K의 아내이자 7살 아이의 어머니 되시는 분의 조곤조곤하고 차분한 양육태도였다. 무한신뢰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양육태도를 지니고 있으니, 그 외의 요소(전문직 엄마, 전직 아이돌 출신 아빠, 경제력 등)는 부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은, 자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분들 이리라. 단지, 나와 같은 보통의 부모들이 빠지지 말아야 할 덫은 엄마 아빠의 과한 욕심으로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아이를 믿고, 아이가 자신의 속도대로 커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아닐까.


모두에게 olé 를 외치며.

아이는 존재 자체로 기쁨을 안겨 주었듯, 부모의 욕심이 가미되지 않고 아이의 속도대로 커 갈 수 있도록 지켜보렵니다.


[이어지는 다음 글]

3. 인생이든 공부든 될놈될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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