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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Nov 20. 2020

그녀의 바이링구얼 계획은 성공했을까?

[육아의 정석은 없나요?]


수학에는 그 유명한 홍성대 저자의 수학의 정석이 있고, 영어에는 (각 영어책들의 장단점이 동시에 마구 떠올라 막상 이름을 쓰기 그렇지만) 다들 들어봤음직한 시리즈들(M, S, G... 쓰고 보니 MSG) 이 있다. 육아에는 그 유명하신 오은영 선생님이 계신다. 수학, 영어의 정석으로 알려진 책들이 장+단점이 혼합되어 있듯, 육아의 경우 역시 정석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우선 기간별로 나누어서 적어보겠다.




0. 임신 준비기간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철저한 계획파형 인간이었다. '20대 중반까지는 A 작업을 완수하고, 20대 후반까진 B작업을 완수하고..' 기타 등등, 내가 설정해 둔 목표에 따라 움직였고 백 퍼센트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얼추 방향은 그쪽으로 흘러갔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지 않자, 양가에서 성화가 시작된다. "저희가 아직 여러모로 여력이 안 되어서요. 일 문제도 있고요. 나중에 때 되면 갖을게요." 명절, 생신 때 가끔이었지만 뵐 때마다 일일이 설명(설명이라 쓰고 해명이라 읽는다.)하는 것도 지쳐간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결정한 그 시점'에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고, 바로 그 시점에 "짠~" 하고 아기천사가 찾아와 줄 거라 믿는다. 큰 오산이다. 생각보다 임신 준비기간이 길어진다. 쓴 음식 싫어하는 내가 한약을 먹는다. 당시 체중이 42~43kg 정도로 약골이라는 진단을 받고, 체중도 2kg 정도 증량시킨다. (현재는며칠을 굶어도 이 체중 안 나올듯하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온다.


얼마 전, 딸아이와 <엄지공주> 책을 읽다가, "OO 이는 어떻게 엄마 딸이 될 생각을 했어?" 물어봤더니 "응~ 내가 아기 씨앗일 때 하늘나라에서 엄마 아빠 표정을 봤는데 슬퍼 보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엄마 뱃속으로 쏙~ 들어온 거야." 한다. 고맙다, 내 딸아.



1. 임신기간

곧 태어날 아가를 기다리며, 모유수유 및 자연분만, 태교에 관련된 책들을 읽는다.  그런데, 막상 아이는 제왕절개로 태어난다. 진통이 시작되고 난 후에야 아이가 역방향으로 돌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모유수유 역시 실패한다. 당시 읽었던 책이 <똑똑한 엄마는 모유로 키운다>라는 제목인데, 모유의 장점, 분유의 단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완모에 실패한 나는 한동안 책 표지만 봐도 속상했다. (책 표지색이 분홍이었는데, 차마 볼 수가 없어 반대로 꽂아 두었다.) 임신 준비기간이 그러했듯, 출생 이후도 마음대로, 책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 아픈 경험을 통해 배운다.



2. 조리원~만 36개월

아이가 조리원 시절부터, 목소리가 우렁차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우렁참을 넘어 구슬프다. 무언가 이 아이를 슬프게 하고 있는 듯한데, 그 울음의 의미를 도통 해석할 수가 없다. 초보 엄마는 또 열심히 검색을 하고 책을 구매한다. <베이비 위스퍼, 베이비 위스퍼 골드>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트레이시 호그(Tracy Hogg)
20년 이상, 5,000명이 넘는 아기들을 보살피면서 아이들과 교감하는 뛰어난 능력으로 '베이비 위스퍼러'라고 불리는 당대 최고의 육아 전문가


열심히 읽었지만, 내 딸 울음소리 해독이 안 된다. '서양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동양 아이들의 울음소리랑은 다른가보다'로 자체 결론 낸다.


6세가 된 지금, 그때 왜 그렇게 울었냐고 물으니 "배고파서"라고 한다. 분유 열심히 줬잖니, 딸아.



3. 만 3살 이후~현재

말이 통하니 편할 줄 알았는데, 고집이 어마 무지하게 강해진다. 다들 그렇다 한다, 다 그런 시기라고.

그래서 또 열심히 검색한다. 육아의 대가는 오은영 선생님이라 한다. 오은영 선생님의 육아서를 바이블 삼아, 목차를 펼쳐 놓고, 문제 상황마다, 목차 → 본문으로  달려간다. (선배 육아 맘인 여동생에게서 "언니는 육아가 다 책으로 되는 줄 알아?"라는 핀잔을 듣는다.)


'오~역시 역시! 아는 것이 힘이야. 육아의 신, 전문가는 다르다'싶다. 엄지 척! 들어 올리며, '육아팁이 효과가 있네.'라고 좋아할 때쯤 돌발상황이 툭! 튀어나온다. 예측불허의 상황마다 오은영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와 계실 수는 없으니 역시 쉽지 않다..



4. 엄마표 영어 관련 (ft. 바이링구얼 교육)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는, '언어 계획'을 세운다.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어+영어를 섞어서 써 주자. 그러면, 아이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익숙해하겠지?' 일명 바이링구얼, 이중 언어 교육이다. (EBS 선현우 선생님의 바이링구얼 자녀교육 방식이 꽤나 인상 깊었다. '우훗, 그럼 내 자녀도!'라고 결심하며, 임신 기간을 보낸다.) 역시 뱃속에 있으니까 가능한 계획이었다. 엄마보다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았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 순수 native speakers of Korean인 딸은, 내가 영어 한 마디 할라 치면 "난 영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난 한국어가 좋아!" 라면서 거부한다.


그래서, 조약돌은? 그래, 아이가 싫다는데, 무슨 영어니. "네가 편안한 언어로 대화하자꾸나. " 하고 영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아이보다 나를 챙긴다는 핑계로 신경을 쓰지 못 한 부분도 있다.


최근 들어서야, 아이가 먼저 "엄마, 나도 이젠 영어 배우고 싶어."라고 해서, 그림책 읽기( + 영상 노출) 만을 진행 중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공부가 아닌 엄마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림책 읽기에 푹 빠져서 매일매일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그러나, 앞으로 또 어떤 방향으로 축이 바뀔지는 지켜보아야 할 터이다.


우리 아이의 전문가는 누구일까?


각자 아이들만의 기질, 성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의 전문가는 각 아이의 부모들이다. 그렇기에 엄마표 학습이든 아이표 학습이든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다양한 고민들이 나온다.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공식이라는 게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직도 내 아이를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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