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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Mar 06. 2021

내 아이 영어 돕는 헤이 지니, 헤이 'OO'

[알파벳, 파닉스 모르는 아이도 애정하는 시청각 영단어]

아직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아이에게도 적용 가능한, 영어 단어+영어 문장을 시청각으로 각인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먼저, 우리 부모님들은, 어린 자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과정에서 '영단어 알려주기'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 궁금하다.


조기 영어교육전문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면, 그림책을 일일이 해석해 주거나, 번역해 주지 말라고 한다. 나 역시, 해석/번역을 해 준다거나 일일이 알려 주지는 않는다. 어차피, 어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아이가 하나하나 다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이맘때 아이는 모르는 단어가 많아도 그림이나 영상 등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내가 옆에서 보면, 우리 아이가 분명히 저 단어 및 저 표현을 알리가 없는데, 깔깔대면서 영상을 보고 그림책에 관심을 보인다. 이맘때의 아이는 디테일 측면은 부족할지언정, 전체 줄거리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고, 특정 단어나 표현을 모르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황이. 그래서 아이가 먼저 묻지 않는 한, 내가 먼저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알려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 나는 아이가 먼저 모르는 단어를 물어봤을 경우, 그림을 짚어서라도, 동작을 해서라도, 혹은 특정 단어가 사용된 다른 쉬운 문장들을 제시해서라도 알게끔 해 준다. 이 아이가 모든 단어를 물어보는 것도 아니거니와, 우리말로 된 그림책을 읽을 때도, 간혹 본인이 정 이해가지 않는 단어는 물어보지 않는가? 이때, 우리말 단어를 물어보는데 "몰라도 돼~." 하고 넘어가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직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아이에게도 적용 가능한, 영단어를 시청각으로 각인시키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엄마표 영어를 돕는 the magic word, 그 답은 바로 "헤이, OO!"에 있다.




딸아이와 <페파 피그> 그림책 <George's Woolly Hat>을 읽던 중이었. 딸아이는, 전에 우리말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서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이었고, 나는 영상을 본 적도 없고, 책도 처음 넘겨 보는 상황이었다.


딸이, 갑자기 특정 지점에서 "엄마, 여기 냄새나, fly guy~"라고 하는 거다. 전에 읽었던 <fly guy> 책이 기억났나 보다. 뒷장을 넘겨보니, 파리가 날아다니는 그림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었다.

"Granny Pig spots the hat...
It has landed on a spade
on a pile of stinky manure!

페파의 할머니가 모자를 발견했어요..
모자는 삽 위에 (걸려) 있었지요
냄새나는 거름 더미 위에 있는 삽이요!
"If you walk on that manure,
you'll sink, " warns Grandpa Pig.

"저 거름 위를 걸어 올라가면,
너희는 저 (거름 더미) 속에 빠지고 말 거야, "
페파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George's Woolly Hat, Peppa Pig 중에서>
<George's Woolly Hat, Peppa pig> 노랑이 책 중에서l

그림 속 manure(거름) 더미 그림을 손으로 짚으며 읽어 주고 있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훅 치고 들어왔다.


"엄마, manure가 뭐야?"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가를 잠시 고민 후, 원초적인 표현에 열광하는 아이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음.. 그건 바로 똥이야, 똥. 동물들이 싼 응가인데, 이게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주는 영양분이 되는 거야."

"엥? 똥? 동물 똥?? 진짜??? 그래서 fly guy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한글로 봤을 때는 '거름'이라고 하던데? 왜 엄마는 동물 똥이라고 해?"

"오~ OO이, '거름'이라는 말도 알아??"


예전에 우리말로 볼 때 '거름'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단, 소리만 들었을 뿐 '거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던 거다. 


"OO이, manure가 뭔지 엄마가 보여줄까?"

"응응!"



이때 바로, 우리의 '헤이 지니' 언니가 등장한다.


딸이 좋아하는 놀이 중의 하나가, 바로 구글 음성검색다. 


구글 우측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거나, "Hey, Google!"(기기에 따라 OK, Google! 인 경우도 있다.)하고 외친 다음에 -> "manure"라고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 구글 앱 언어 설정을 한국어와 영어 둘 다 해 놓은 경우, 간혹, 우리말 음성과 혼동하여 인식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나는 뒤에 (meaning) in English라고, 추가로 읊어 준다.


"헤이, 구글! manure meaning in English!" 이런 식으로.


이때 팁!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타이핑하지 말고, '음성'으로 직접 검색하는 것이 좋다. 음성으로 오류 없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발음(특히 강세)이 정확해야 한다. 가령, manure의 경우 강세가 앞 음절(ma) 쪽이 아니라, 뒤쪽 음절(nure )에 있다. 미국식 영어의 발음 기호로는 [məˈnʊr] 이런 식이다. 영어의 경우, 강세에 오류가 있으면, 음성으로 검색이 되지 않는다.


강세 관련 언급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 딸의 경우 구글 음성 검색을 굉장히 신기해하는 나머지, 내가 음성 검색을 하고 있으면, 자지러질(?) 정도의 웃음으로 반응을 한다. 또한, "엄마, 나도, 나도, 내가 검색할래~." 하면서 옆에서 "머 누어, 머 누어 머 누어." 이런 식으로 따라 다. 그러나, 내 딸의 articulation(발화, 조음)은 아직까지는 구글이 인식할 정도로 정확하고 또렷하지가 못하다. 그래서 항상 엉뚱한 결과로 딸아이를 데려간다.


그래서, 만약 특정 단어를 음성으로 검색해서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은데, 이 단어의 강세를 정확히 모른다면? 고민할 것 없이, 알파벳으로 하나하나 읽어 주어도 된다. "엠, 에이, 엔, 유, 알, 이 meaning in English"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해도 검색은 문제없이 가능하다.

1. 음성 설정 후 "Hey, Google!" 외치거나, 우측 마이크 버튼을 누른다.
2. 검색을 원하는 단어를 '정확한 강세'로 또렷한 발화를 해준다.
3. 구글 이미지 탭을 클릭하면, 시각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지들을 보며 아이와 대화도 나눈다. "여기 지렁이들도 많지? 지렁이 응가도 훌륭한 영양분이야."

이런 방식으로, 책 한 권을 읽으면서, woolly hat을 음성 검색해서 보여 주기도 했고, spade를 음성 검색해서 보여 주기도 했다. 엄마와 함께 직접 깔깔대며 음성 검색한 단어들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 듯하다. 며칠 후, 책을 가져오더니, 그림 속 거름 더미를 짚으면서 "엄마, manure~." 한다. 매번, 매 단어마다 음성검색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방식은 영단어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대사로도 확장 가능하다. 딸아이는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 덕후다.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 또는 대사들이 있다.

"I know you're in there.
(너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What are you looking at?
Pinkie Pie and I are just having a conversation."
(뭘 봐? 핑키 파이랑 나랑 그냥 대화 중이잖아.)


이런 대사들도  음성으로 검색해서 바로, 보여줬다. <마이 리틀 포니> 속 장면을 그대로 찾고 싶어서 영어 대사 뒤에다가 'my little pony'라는 문구도 같이 검색했다.

원하는 영어 대사 + 애니메이션 제목을 또박또박 발화해서 음성 검색한다.

구글 음성 검색을 통해 얻은, 영상이다.

찾는 모든 영상이 다 있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애니메이션 속 영상 그대로를 발견한 날은 운수 좋은 날이다. 기분 좋게 아이와 함께 시청한다.


이렇게 쓰려니 좀 미안해지지만, 아이가 특히 관심을 보이는 장면이나 대사들은 주로 과장된 표정과 과장된 몸짓의 장면들, 격앙된 톤이 주를 이룬다. 신기하게도 내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영상은, 전 세계의 누군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아이의 취향이 심각하게 마이너한 쪽이 아니라면, 분명히 구석진 곳 어딘가에 비스름한 영상이나 이미지가 존재할지도 모르니 첫 검색에 나오지 않는다 해도 포기하지 마시길.


딸아이는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거의 무한 반복 수준으로 계속 돌려볼 정도로 좋아한다. 따라서, 음성 검색을 할 때는 내가 함께하며, 시간 날 때마다 선심 쓰듯이(?) 툭 음성 검색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반복한 영어 대사는?


학습을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읊고 다닌다. 시켜서가 아니라, 시각+청각을 활용한 반복 듣기를 했으니, 인지 구조에 각인될 수밖에 다.


"헤이 구글!"이 찾아준, 두 명의 지니!! 누가 우리 아이의 "헤이 지니!"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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