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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Oct 01. 2021

아이 영어에 레버리지를 적용해 볼까요?

[우리 아이 영어 귀 확 트이는 영어 육아]

이미 모국어가 굳어진 아이에게도 적용 가능한,
힘 빼지 않는 영어 육아 방식은 없을까?

영알못, 영좀알, 영잘알 부모의 배경은 전혀 상관없는
영어 육아 방식은 없을까?



아이가 어릴수록 특히 '영어'에 물심양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정들이 많고, 영유아 사교육 시장 역시 덩달아 비대해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늦게 시작할수록 힘들다. 내가 산 증인이다.'라는 부모님들의 통념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지론은, 시작 시점이 언제가 되었든, 바른 방향과 바른 방법으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임에 변함이 없다.


굳이 분류하자면, 개인적으로 나 자신은 '영알못'은 아니고, '영좀알(영어 좀 아는)' 부모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에 이런 의문을 남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좀알' 부모의 범주에 속하지만, 내 아이에게 어떠한 영어 지식을 주입했다거나, 영어로 말을 걸면서 바이링구얼 환경을 조성했다든가, 하는 등의 노력을 전혀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내기 위해 필수로 인식되는 형형색색 화려한 도구 및 교구는 우리 가정에서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나는 선천적으로, 또한 후천적 노력 및 의지 부족으로 손재주가 젬병이라, 엄가다를 하지 못한다. 아기자기 뚝딱뚝딱 각종 교구들 이것저것 잘 만들고, 아이와 마구 몸으로 부대 끼며 놀아주는 분들 보면 존경심이 솟아오를 따름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가정에서 무리 없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영알못, 영좀알, 영잘알 부모의 배경은 전혀 상관없는, 나와 같은 귀차니즘 엄빠도 무리 없이 가능한, '학습 없이도 즐겁게 내 아이 영어 귀 확 트이도록 돕는 소소한 노하우'를 하나씩 공유해 보겠다.


먼저 '말하기'의 기본 전제는 '듣기'다. 우리 아이의 영어 귀, 어떻게 하면 열어줄 수 있을까? 본문에서는, 가정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두 가지 레버리지(leverage)를 함께 소개한다.




1. 레버리지 첫 번째 : OOO 능력


모국어에 익숙해져서, 영어를 거부했던 아이였던 내 딸아이에게, 영어 노출 초반 내가 가장 집중했던 것은 단 하나, 심리적 거부감 낮추기였다. 다음,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고, 아이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가기 시작할 무렵, 흘려듣기 및 반복 재생을 생활화하며 영어의 리듬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아이가 즐기며 따라오는지, 엄마인 내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소위 엄마표 영어를 한다거나, 유초등 자녀에게 많이들 시도하는 '집중듣기'를 영어 노출 1년이 채 안 된 내 아이에게는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 집중듣기의 효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단, 알파벳도 낯설어하는 아이이고, 영어라는 소리 자체를 처음 접한 아이, 영어 갓난아이나 마찬가지인 아이에게 글자와 소리를 연결 지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판단했다. 어느 정도의 소리 노출의 임계량이 채워진 후, 또한 빈출 어휘인 일견 어휘(sight words) 노출 방식으로라도 어느 정도 알파벳 및 글자에 친숙해진 후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집중 듣기, 즉 글자를 따라가며 소리를 연결 짓는 과정이다. 결국 언젠가는 글자를 보고, 읽는 훈련을 해야 하며, 또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 당장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 (시간적, 정신적) 압박을 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리고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전반적 의미 파악으로서의 듣기(listening) 외에, 다른 부분의 비중을 크게 둘 필요가 없겠다.


영어를 처음 시작할 때, 우리 나이로 6세(만 4세)였던 내 아이는, 모국어인 한국어의 경우, 글밥이 꽤 있는 동화책을 줄줄 읽고, 책의 내용을 리텔링 해주거나, 일상에서 재잘재잘 수다가 끊기지 않는 아이였지만, 영어의 경우에는 ABC조차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 서너 살 무렵부터 놀이학교를 고민하고, 다섯 살이면 본격적으로 영어 유치원 등을 통해 초등 영어의 기틀을 잡는다는 최근 추세에 비추어 본다면, 여섯 살에 ABC라니, 가당치도 않을 터이다.


그러나, 만 4~5세 아이의 언어 습득에 사회적 기준이 무엇이 중요하리오? 더구나, 아이의 모국어는 따로 있는데 말이다. 처음 영어 소리 노출을 시작하며, 알파벳 노래를 통해 A서부터 Z까지 정도만 낯설지 않도록 했다. 본격적으로 아이가 영어라는 언어에 친숙해진 다음에는, 영어 영상 1회 이상 시청 후 동일 영상을 반복해서 흘려듣기 및 영어 그림책 읽기 주기를 시작했다. 1회 이상 시청한 영상은, 반복 재생으로 흘려듣기를 생활화했다. 이미 1회 이상 시청한 영상을, 반복 재생 형식으로 들으면서, 본인이 관심을 보였던 장면의 경우 대사를 통으로 기억하는 일들이 생겼다. 모국어로 먼저 봤던 영상의 경우, 이 장면/상황에서는, 한국어로는 이렇게 말하고, 영어로는 저렇게 말하는구나 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이가 영어 영상을 몇 번 보고 들은 후에는 "엄마, 나 저거 한국어로 한 번 보면 안 될까?"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억지로 막지는 않는다. 매번 모국어로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매번 모국어로 영한 번역 및 해석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레버리지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이가 도움을 구했을 때, 일정 부분 모국어 능력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  


가령, 디즈니 영화 <루카>의 경우,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보았다. 반복 청취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이 아이의 성향이 '반복'을 즐기는 아이였기 때문인데, 아이 덕에 반복 청취를 하며 아이 곁에서 어물쩡 있던 나까지 영어 대사를 외우게 되었다.

영어 영상 1회 시청 ->
동일 영어 영상 N회 청취 ->
동일 영상 모국어로 시청 or 청취 ->
동일 영어 영상 N회 청취


물론, 아이의 연령이 어리고, 굳이 모국어를 요구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원어로만 보고 들려주는 데에 무리가 없다. 일례로, 막 두 돌이 된 24개월 조카의 경우, 혼자 놀면서 Are you sleeping? Are you sleeping? Brother John, ~ 이런 식으로 혼자 놀면서도 영어 노래를 흥얼흥얼 부르고, 가끔 를 보며 "고모, happy face, angry face~" 등등을 말하며 환한 표정, 화난 표정 등을 지어 보인다. 이런 아이들은 영어-한국어의 구분 없이 그저 즐기는 단계다.


그러나, 내 딸의 경우처럼 만 4~5세가량에 영어를 시작한 아이, 모국어 수준이 영어에 비해 월등히 올라온 아이, 구체를 넘어, 추상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하는 단계의 아이들이라면, '우리말 활용 능력'을 레버리지 삼아, 영어 이해도를 끌어올릴 수 있.


'모국어 기반'으로 시작했으나, 영어 노출 만 1년이 경과한 현재에는, 완전히 새로운 영상을 처음부터 영어로 보게 되는 경우에도, 별다른 불편함 호소 없이 내용을 따라온다. 


한번 모국어 영상을 접한 아이들이, 우리말 영상만 보려고 하고, 영어 영상은 거부한다든지, 영어 그림책을 읽을 때 매번 우리말 해석을 요구한다든지의 이유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아이 영어는 이미 망했어요.' 라든지의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는 부모님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으셨으면 한다. 또, 아이가 부드럽게 수용한다면 모를까, 아이와 기싸움을 해가며 모국어 영상을 원천 차단한다든지, 우리말 쌍둥이 책은 원천 차단하는 방식만이 정답일까?


간혹, 영어 몰입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가정에서의 모국어 노출은 최소화하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도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것을 정석으로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있는데,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도 여지를 열어두셨으면 한다. 자기 자본 하나도 없이, 타인의 자본만을 이용한다면 문제가 되겠으나, 자기 자본의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타인의 자본을 일부 지렛대로 이용하는 것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아이'는 공식에 맞춰 성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유기체라는 중요 변수가 존재하므로, 부모의 애정 어린 관심과 적절한 도움 제공만 있으면 된다.


2. 레버리지 두 번째 : 아이의 OOO 고려가, OO 가능한 OO에 우선합니다.


처음 영어 노출을 시작했을 당시 아이의 영어 수준만을 고려했다면, 이해 수준에 적합한 인풋만을 주었어야 했다. 일명, 영어교육학에서 말하는 '이해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이 그것이며, 영어 교육학에서는 아이의 현재 수준을  i로 가정할 때, 그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i+1을 이상적인 이해가능한 입력의 범주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i, i+1, 아이가 원한다면 i+2, 혹은 그 이상이라도 인풋의 범위를  크게 제한하지 않았다. (영어 노출 6개월 차까지 시청한 영상들이 페파 피그, 브레드 이발소, 마이 리틀 포니 등이다.)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영어 실력 향상보다는, 영어에 대한 흥미 유발과 함께, 거부감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름의 전략은 효과가 있었고, 영어를 향한 아이의 심리적  거부감은 상당히 낮아졌다.


본인 취향의,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 본인이 이미 한국어로 1회 이상 시청해서 내용을 알고 있는 콘텐츠를 다시 보기 및 다시 듣기 할 때는 영어로의 방법으로, 아이의 심리적 허들을 낮춘 후에는, 아이의 영어 수준에 맞는 다소 낮은 난이도의 콘텐츠들을 조금씩 추가해서 들려주었다.


당시, 내 아이의 수준에 적합하다고 여겨졌던, 어렵지 않은 난이도의 콘텐츠란, 가령, 코코멜론(CoCoMelon), 블리피(Blippi) 등의 영상 등이었는데, <브레드 이발소> 및 <마이 리틀 포니> 등의 빠른 템포의 영어들의 사운드에도 노출이 되었던 아이는, 코코멜론 수준의 영어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나 보다. 노래 자체가 워낙 중독성이 있기도 하다.

코코멜론, 블리피 등, 사실 영어 자체를 잘 모르는 아이들도 즐길 만한 영상들이다.


중독성 있는 리듬의 챈트 등은 몇 번 듣고, 바로 따라 부르는 아이들이 많다.


내 아이의 경우도 그랬다. 본인 취향의 노래를 몇 번 반복해서 듣더니, 몇 번 따라 부르고, 유사한 상황에 꺼내어 쓰기 시작했다. (이때가 영어 노출 7개월 차 정도 되었다.) 코코멜론 등의 노래들은 초간단 생활영어로 구성된 곡들이 꽤 있는데, 이 경우 역시 흘려듣기 및 반복 재생의 방식으로 충분히 아이가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러한, 상황 중심의 영어 습득은, 학습 없이도 적재적소에 요구되는 표현을 아이 스스로 건져 가도록 돕는다. 물론, 단어 암기 및 표현 학습을 전혀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백 퍼센트 정확하게 의미를 유추하기는 힘들다는 한계는 있다. 이때는, 자연스럽게 알려주면 된다. 추후 필요하다면, 그때 단어를 알도록 하면 된다.


가령, 영단어 학습 등이 전혀 없이 그림책과 영상 속 표현만을 픽업하던 아이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Try again. 은 틀렸다는 말이지? 뭐 하다 틀리면, 꼭 선생님들이 Try again~하더라고." 

"오~ 그래 맞아, 그런 상황에서 쓰는 말이긴 한데, 훨씬 더 부드럽게 말씀해 주시는 거야. 너 틀렸어!라고 말씀하신다기보다는, 부드럽게 '다시 해봐~' 하시는 거지."




정리하자면, 내 아이의 영어 습득을 위해 내가 이용했던 레버리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아이가 이미 갖고 있는 '모국어' 활용능력

둘째, 아이 '관심사'에 집중해서 얻은 강력한 동기


두 가지 레버리지의 활용은 강력하게 작용했다.


아이가 이미 갖고 있던 '모국어' 활용 능력과 '아이 관심사'에 집중해서 얻은 동기는, 모국어 사용 차단이라는 극단적인 영어 몰입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이해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부터'라는 공식에 대입시키지 않았음에도, 영어라는 언어 습득의 초기 단계에 훌륭한 레버리지가 되었다. 경제에서도 그렇듯이, 언어 습득에서도, 적정한 레버리지의 사용은 고려해볼 만하다. 레버리지에 전적으로 '의존'만 하지 않는다면, 부작용을 우려해 시도조차 못 해볼 일은 아니다.


1년여의 설렁설렁 과정을 통해 영어 듣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아이는, 귀로 들은 표현들을 입으로 조금씩 꺼내어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영어 노출 1개월 차와 비교해 보았을 때, 영어 노출 1년 후의 발음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개별 음의 발음은 상당히 영어 원어민 화자의 그것에 근접하지만, 연음의 경우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뭉개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우리 아이의 발음은 어떤 식으로 교정해 줄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인위적이지 않은 발음 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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