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윤리학 5장
1. 내적기제의 정의
내적기제란, 오직 나로부터 유래되어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나의 자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다. 외적기제로부터 타인과 다른 나만의 관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커니즘의 기원이며 외적기제를 해석하는 내적 매커니즘을 창조한 선험적인 무언가이다.
2. 내적기제와 외적기제의 차이
내적기제와 외적기제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이 둘을 구분 짓는 요소는 ‘그것의 기원(유래)’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기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 기원을 꼬리를 물고 찾아가보면 그것이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나의 자아가 특정한 무언가, 예컨대 총을 좋아한다고 해보자. ‘총을 좋아하는 것’은 외적기제와 내적기제가 합쳐진 나의 자아이다. 이제 이것을 외적기제와 내적기제를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총을 좋아하는 원인 내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단 멋있는 전쟁영화의 영웅담, 직접 총을 다루어본 경험, 주변 친인척 중에서 군인이 있을 경우 등등.. 이러한 것들을 경험함으로써 나는 총이 정말 멋있다는 감각 혹은 감정, 느낌 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방금 나열한 것들은 전부 외적기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나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내가 총을 좋아하게 만든 ‘전쟁영화에서 나오는 군인들의 영웅담’의 경우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국가에서는 과거 자신들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 과거의 자신들의 편을 긍정적으로 표출한다. 예컨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뒹케르크>, <밴드오브브라더스> 등은 세계 2차대전에서 연합군이 선(善)이고 추축국이 악(惡)이라는 것을 퍼뜨리고 더 나아가 현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진영의 이념적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 그러한 적나라한 의도가 없더라도, 이러한 영화들은 철저히 연합국의 관점에서 회고되고 표현되는 전쟁이다. 요컨대, 그러한 생각들은 나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유래되는 생각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나로서는 2차세계대전에서 누가 악(惡)이고 누가 선(善)인지는 오직 기록된 문헌과 그 사건의 당사자들, 그리고 다큐멘터리와 영화 등의 대중메체로부터 습득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것들 역시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잠깐 샜지만, 요컨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총’이라는 전쟁무기에 호감을 갖게 되는데 대부분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나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권력 이론들 (1차원적 권력, 2차원적 권력, 3차원적 권력)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총을 좋아하는 나의 감정에서 외적기제가 아닌 내적기제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외적기제로부터 타인과 다른 나만의 관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커니즘의 기원’이 내적기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전쟁영화에서 나오는 군인들의 영웅담’으로 돌아가보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뒹케르크>, <밴드오브브라더스> 등의 전쟁영웅들의 영화를 보고 나는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인 총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총이 무섭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러한 무기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슬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내가 해당 대중매체들을 보고 ‘총에 대한 특정한 감정’이 나타난 것은 내 내면에서 특정한 매커니즘을 걸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매커니즘 또한 외적기제의 개입을 무수히 많이 받는다. 내가 그러한 매체들을 보고 총을 보고 좋아하는 것에는 전쟁이라는 역사를 겪지 않은 역사적 배경, 미국과 같은 총기사용이 합법화되지 않은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살게된 장소적 배경, 친척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군인인 점 등이 반영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적기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그러한 매커니즘 또한, 기원 및 유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기원 및 유래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겪는 외부 사건에 대한 모든 해석의 기원과 유래가 된다. 외적기제로부터 타인과 다른 나만의 관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커니즘의 기원은 다른말로 ‘외적기제를 해석하는 내적 매커니즘을 창조한 그 무언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한 무언가가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당장 내 주변만 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방금 영화매체에서 이야기하였듯이, 현대국가에서는 끊임없이 개인에게 국가를 정당화하는 체제를 정당화하는 지식을 주입시킨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자본주의의 기초논리부터 자신의 국가가 정당하고 국가의 적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까지, 이를 3차원적 권력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스티븐 룩스는 ‘교육과 사회화, 언론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의 사고를 규정하는 권력’이 존재한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타인이 아무리 개인을 세뇌하고 바꾸려고 해도, 그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국가의 말에 100% 순종하는 국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의 말에 100%로 순응하는 자식은 없다. 절대권력에 대한 반항,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있는 나치추종자들, 공산주의자들이 있으며 반대로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울러 같은 지역에 살지만 그 속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다. 한 가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외적기제를 해석하는 내적 매커니즘을 창조한 그 무언가, 즉 내적기제가 개인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3. 내적기제의 조건 및 내적기제의 발견방법
내적기제는 탐색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내적기제를 알기 위해서는 나의 경험을 배제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철학적,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야 한다. 그전에 내적기제가 내적기제이기 위한 몇 가지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적기제가 내적기제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1)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떠한 양태로든 나로부터 유래되어야 한다. (자기유래)
2) 오직 자신만을 존재원인으로 지녀야 한다. (자기원인)
3)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무언가여야 한다. (자기특성)
4)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무언가여야 한다. (자기유지)
내적기제는 자신으로부터 유래된 것이어야하며, 오직 자신을 존재원인으로 가져야하며,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무언가이어야 하며, 외부의 영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무언가이어야한다. 이런 것이 정말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몇 가지 예시를 떠올릴 수 있다. 우선 ‘지문’이 있다. 지문은 나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나 자신만을 존재원인으로 지니고,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무언가이며, 외부의 영향으로 영구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4. 내적기제와 유전자
내적기제를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그 사람의 유전자가 떠오를 수 있다. 유전자는 유전형질의 기능적 단위 모든 생명체가 세포 내에 가지고 있는 유전체 DNA의 특정 부위에 위치하는 정보서열로서 세포를 형성하며 유기적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 등을 생산해낼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각 개체 고유의 특징을 나타내게 할 뿐만 아니라 복제를 통해 다음 세대의 자손에게 유전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전자 [gene] (미생물학백과 )
모든 생명체는 고유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유전자가 특정한 무언가의 내적기제인가? 내가 내린 내적기제의 정의는 ‘오직 나로부터 유래되어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나의 자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모든 유전자가 내적기제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위의 네이버사전의 정의에도 나와있듯이,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 자손에게 유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비롯된 무언가이며, 대부분의 유전자는 외적기제의 특성을 지닌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유전자 전체가 외적기제인가? 인간의 부호화 유전자의 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19,950개이다. 이중 우리가 과학적으로 알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유전자의 종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특히, 생물학적 아버지, 어머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전자의 종류는 15개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인간은 유전자 19,950개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와 동떨어져서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물학적 특성은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인간마다 고유의 유전자는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단일 염기 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세포 핵속의 염색체가 갖고 있는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 개인의 편차를 나타내는 한 개 또는 수십 개의 염기변이를 말한다. 유전자로 따지면 대략 1천 개당 1개의 변이가 나타나는데 같은 질병이라고 해도 발병의 원인, 잘 듣는 치료제, 잘 맞는 음식이나 보약 등의 개인 편차는 모두 SNP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많은 신체적 특징들이 SNP로 설명된다고 한다. 키가 크고 작고, 살이 잘 찌고 잘 빠지고, 술을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는 것 등이 SNP와 관련이 된다. SNP는 생물학적인 지문으로도 불린다.
SNP는 위에 내가 제시한 1) 자기유래, 2) 자기원인, 3)자기 특성 4) 자기유지를 충족하므로 내적기제라고 할 수 있다.
5. 내적기제와 선험
칸트는 선험(a priori)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선험은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대상에 관계없이 대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우리의 경험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선험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만약 선험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선험은 내적기제라고 볼 수 있는가? 내생각에는 선험은 내적기제가 아니다. 선험은 심리적으로 나로부터 유래되며, 오직 자신만을 존재원인으로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유지된다. 그러나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무언가는 아니다. 그러므로 선험은 내적기제보다는 외적기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선험은 모두가 공유하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오히려 내적기제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내적기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6. 나의 내적기제는 무엇인가?
내적기제에 대해서 확실히 이야기를 하는게 나을것같아서 지금까지 내적기제의 정의, 조건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내적기제는 매우 성립하기가 까다롭다. 지금까지 내가 도출한 내적기제는 2가지가 있다. (지문, SNP)
그렇다면 나의 내적기제에는 무엇이 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