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마치지 못한 내적 기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저번 시간에 내적 기제에 대해서 “내적 기제는 자신으로부터 유래된 것이어야하며, 오직 자신을 존재원인으로 가져야하며,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무언가이어야 하며, 외부의 영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무언가이어야한다. 이런 것이 정말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몇 가지 예시를 떠올릴 수 있다. 우선 ‘지문’이 있다. 지문은 나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나 자신만을 존재원인으로 지니고,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무언가이며, 외부의 영향으로 영구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였다.
1. ‘나(자아)’의 시작
저번 글에 이어서 몇 가지를 보충하고자 한다. 내적 기제를 이야기할 때, ‘나’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를 하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니까, ‘나’의 시작을 언제부터 잡아야하는지에 따라 내적 기제의 성격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컨대, 나는 언제 시작하는가? 정자와 난자가 만날때부터? 아니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수정체가 만들어질 때부터?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생물, 사물들의 ‘나’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그들에게 ‘나’란 존재하는가? ‘나’란 무엇인가? 매우 혼란스럽다.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로써는 더더욱 어렵게 다가온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시작을 정하기 위해서 몇 가지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우주 : 우주란, 무한한 상관관계(=가능성)의 총칭이다.
- 정신 : 정신이란, 나라는 물질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한 우주의 의지이다.
- 의식 : 의식은, ‘나’라는 물질이 세상에 나타나고 나서부터 ‘나’라는 물질이 가지게 된 부분적인 우주의 의지이다.
- 자의식(자기인식) : 자의식은, ‘나’라는 물질이 나에 대해서 갖는 의식이다.
그러면 ‘나’는 자기 스스로를 의식(자의식)하면서 시작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매우 인간중심적인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단순히 인간에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 아닌 생물체, 예컨대 개, 고양이, 지렁이 등도 그 대상으로 포함하며, 생물이 아닌 것들, 예컨대, 펜, 노트북, 안경, 가로등 등에도 적용이 가능한 ‘나’이다. 이렇게 사유할 경우 ‘나’는 자의식이나 의식을 하면서시작한 개념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나’의 시작은 무한한 상관관계의 나뭇가지 속에서, 그럴듯한 개연적인 운명이라는 하나의 굴레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러한 운명의 굴레 속에 그것의 존재가 포함되고 인식되기 시작한 그 지점이다. 그러나 그 지점은 개연적인 운명이라는 우주가 탄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존재해왔다. 예컨대 절대적인 무언가(우주, 신)가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그것)은 수많은 상관관계(가능성)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자이다. 그는 ‘나’라는 존재, 양태가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이미 우주라는 수많은 개연성 속에서 언젠가는 ‘나’라는 양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사유할 경우 ‘나’는 물질적으로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즉, ‘나’의 시작은 ‘우주’의 시작이며, 우주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만약 있다면, 그(그것)이 나를 인지하기 시작한 지점이 ‘나’의 시작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주라는 절대적 존재의 시작은 모든 것의 시작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미 모든 것이 시작할 시점부터 존재해왔다.
2. 완전한 내적 기제와 불완전한 내적 기제
그러나 이것이 ‘나’ = ‘우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주는 나라는 물질적인 존재가 있기 전에, 나를 비물질적인 영역에서 내포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 싶다. ‘나’는 우주라는 실체와 함께 시작하였지만, 동시에 우주라는 실체 속에서 비롯된 하나의 양태이다. ‘나’는 우주라는 무한한 상관관계의 굴레 속에서 남과는 다른 상관관계를 만드는 하나의 주체이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면서부터 무한한 상관관계의 구성원이 된다. 마치 그물 속의 밧줄, 무수히 많은 나뭇가지 속의 나뭇가지와 같다. 매우 복잡하게 말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나’라는 것을 가장 잘 설명하는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나는 상관관계의 소속자이며, 동시에 담지자이다. 우주(신) 속의 객체이며, 주체이다.
이렇게 사유할 경우 내적 기제는 두 가지로 분리할 수 있다. 완전한 내적 기제와 불완전한 내적 기제이다. 첫 번째로 완전한 내적 기제는 비물질적 내적 기제이다. 그것은 우주적 의지이자, 강요이다. 개연적인 운명이라는 우주적 의지로부터 이미 존재하던 나 자신이다. 이러한 비물질적 내적 기제는 물질적 내적 기제에도 영향을 준다. 두 번째로, 불완전한 내적 기제는 물질적 내적 기제이다. 나라는 물질적인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하면서부터 그러한 나라는 물질만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완전한 내적 기제는 우주적인 개연성 속에 있는 정신적인 내적 기제이며, 그렇기에 이를 인간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불완전한 내적 기제에 대해서는 물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간의 눈으로 관찰하고 경험적으로 산출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과학이 발전하고 지성이 확장되면 도출할 수 있는 내적 기제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적 기제 중에서 불완전한 내적 기제, 즉, 물질적인 내적 기제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자기 이해를 위해 내가 파악해야 할 것은 불완전한 내적 기제(물질적 내적 기제)이다.
2. 나의 물질적 내적 기제(불완전한 내적기제)
나의 물질적 내적 기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나라는 신체의 물질적인 특성이다. 나라는 신체는 다른 이들과 어떠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 이를 파악하려면 나의 SNP(단일 염기 다형성)을 유전학적으로 검사해볼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나의 SNP를 완전히 규명할 과학기술이 충분히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규명할 요건이 안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추측할 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진술하는 것중에 순수하게 나의 물질적 내적기제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닌 것도 상당수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최대한 나의 물질적인 내적기제를 탐구하기 위해 내가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지니고 있던 나의 특성을 나열하고자 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나의 특성>
1) 나는 자존심이 세다.
2) 나는 잘 운다.
3) 나는 술을 잘 못 먹는다
4) 나는 귀가 얇다
5) 나는 호기심이 많다.
6)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7) 나는 살이 잘 찐다.
8) 나는 외우는걸 잘한다.
9) 나는 공감을 잘한다.
10) 나는 참을성이 없다.
11) 나는 날음식을 좋아한다.
12) 나는 SF를 좋아한다.
13) 나는 거짓말을 못한다.
14)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15) 나는 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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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이해 끝-
3. 자기검토 프롤로그
지금까지 자아를 구성하는 좋음과 싫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자아(나)의 형성과정 모형도를 그려보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외적기제와 내적기제를 탐구해보았다. 이제 다음부터는 자기이해를 끝내고, 무한한 상관관계 모형 속에서 나의 내적기제와 외적기제를 바탕으로 자기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자기검토에서는,
1) 나의 자아에 영향을 주는 내적기제와 외적기제의 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2) 나의 자아와 내적기제, 외적기제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3) 이러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나라는 자아는 앞으로 어떠한 상관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그러한 의지가 나만의 윤리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4) 그러한 나의 의지로부터 기인할 상관관계(나의 윤리)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