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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원 Nov 16. 2022

영원하고 무한한 나

스피노자 에티카 1부 후반부를 읽고나서 (2)

스피노자는 <정리 19>에서 ‘신’이란 영원하고 무한하기 때문에 신의 속성들은 모두 영원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속성들은 신 그 자체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피노자는 <정리 21>에서 신 속성으로부터 직접 따라 나오는 것들은 모두 무한하고 항상 존재하며, 그렇기에 <정리 22>에서 신의 속성 아래에서 변용된 양태의 속성 또한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무한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스피노자의 주장을 ‘나’라는 양태에 적용을 시켜보면, 나의 속성 또한, 필연적으로 영원하고 무한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가진 양태, 속성의 무엇이 영원하고 무한한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영원함과 무한함

본격적으로 생각을 해보기에 앞서서 영원함과 무한함이 무엇인지부터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영원함이란, 통상적으로 “끝이 없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영원함을 ‘어떤 형상, 형편, 모양 따위가 끝없이 이어지는 상태,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무한함 또한 영원함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통상적으로 무한함은 “끝이 없다”를 의미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살펴보니, 무한하다는 것은 ‘수, 양, 공간, 시간 따위에 제한이나 한계가 없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시간과 관련하여 “끝이 없음”이 영원함으로, 장소, 개수와 관련하여 “끝이 없음”이 무한함으로 쓰인다.


2. 스피노자가 말하는 영원함, 무한함은 무엇인가?

스피노자는 신이 영원하고 무한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정리 19> ~ <정리 23>에서 신의 속성인 영원함 무한함이 양태의 속성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스피노자가 말하는 영원함과 무한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스피노자가 생각하는 영원함과 무한함은 일단 위에서 내가 말한 사전적 의미와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과 신으로부터 나오는 양태가 영원하고 무한하다는 생각이 도출되기까지의 프로세스가 스피노자의 영원함과 무한함이라는 개념을 독특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3. 영원하고 무한한 양태

어떠한 양태가 영원하고 무한하다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통 우리들이 생각하기에는 어떠한 양태가 영원하고 무한하다고 한다면, 그 양태 자체의 영원함과 무한함에 집중하게 된다. 우선 인간이 영원하고 무한하다는 것은 그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인간이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가 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노자의 영원함과 무한함에 반발을 가지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스피노자의 영원함과 무한함의 포인트는 살짝 다르다. 스피노자가 주장하는 영원하고 무한한 양태는 ‘양태 그 자체’의 영원함과 무한함이 아니라, ‘그 양태가 신으로부터 변용되어 나오기까지 과정’의 영원함과 무한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인간이 영원하고 무한하다는 것은 인간이 그러한 존재라기보다는, 신이라는 어떠한 우주적 실체로부터 인간이라는 양태가 존재하기까지의 과정, 혹은 인과관계의 영원성과 무한함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빅뱅 이전부터 인간이라는 동물(혹은 양태)이 존재하기 까지 정말 많은 과정과 인과관계가 존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과 인과관계들은 나뭇가지와같이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몇 십만년의 과정동안 인간이 신(우주)로부터 현재 2022년 지구를 지배하는 호모사피엔스와 같은 형태로 양태가 존재하기까지에는 셀 수 없이 무한하고 영원한 어떠한 과정, 인과관계가 존재하였을 것이다.


4. 영원하고 무한한 나

이러한 스피노자의 영원함과 무한함의 개념을 바탕으로 ‘나’를 바라볼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현재 ‘나’라는 생물학적 존재, DNA, 성격, 혈액형 등 나를 규정짓는 모든 것들이 존재하기 위해서 수많은 조상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 조상들 중에는 ‘호모사피엔스’도 있었겠지만,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종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나 뿐만이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들, 내가 앉아있는 책상, 내가 쓰고 있는 안경 등 모든 것들은 물질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끝이 없는 인과관계와 과정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인과관계와 과정은 우주의 원리( 스피노자가 말하는 신) 속에서 무한하고 영원하게 존재하고, 앞으로 내가 지구상에서 한 줌의 재가 되더라도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생각에 도달하면, ‘나’라는 존재는 영원하고 무한하게 뻗어있는 신(우주)라는 나뭇가지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나뭇가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지만, 동시에 다르게 생각한다면, 나라는 나뭇가지가 존재함으로써 앞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나뭇가지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름 그 속에 내가 속해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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