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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원 Nov 16. 2022

필연성과 결정론

스피노자 에티카 2부 전반부를 읽고나서 (2)


스피노자는 <정리 10>에서 ‘인간 정신의 비실체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정신이 하나의 실체로써 존재한다고 여겨왔었다.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모든 사물 안에 그 실체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하였다. 데카르트 또한, 다른 사물들은 그렇지 않지만 인간에게만 예외적으로 정신이라는 실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인간의 정신 또한 하나의 양태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저번 스피노자 세미나 때, 필연성과 결정론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나의 모든 행동과 사고방식은 결정되어 있는 것인가?









1) 스피노자의 신의 필연성과 인간이 이해하는 필연성은 다르다.


저번에 그렸던 모형도를 가져와서 조금 세분화 해보았다. 위의 모형도를 보면 유한양태와 유한양태 사이에 99.9%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저번에 말했듯이 100%의 인과관계는 양태 사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99.9%의 상관관계를 설정하였다. 유한양태와 유한양태 사이의 99.9%의 상관관계가 인간이 평소에 생각하는 필연성이다. 예컨대, 동전을 던지면 앞/뒤가 나온다는 것은 인간이 생각하기에 필연적이다. 그러나 스피노자가 말하는 필연성은 인간이 생각하는 필연성보다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필연성인 듯 싶다. 예컨대, 동전을 던졌을 때, 그것이 앞이든 뒤이든 그 결과가 나오면 스피노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신(우주) 속에서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동전을 던질 당시 바람의 세기, 온도, 습도, 동전을 던진 각도와 높이, 세기 등등의 유한양태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결과이며, 신은 이러한 유한양태 모두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2) 스피노자의 신의 필연성이든, 인간이 이해하는 필연성이든 모든 필연성은 그럴듯한 개연성이다.


해당 모형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나는 필연성은 그럴듯한 개연성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인간이 이해하는 필연성은 내가 애초에 모형의 전제를 ‘인과관계’로 설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항상 예외는 존재하기 떄문이다. 예컨대, 99.9%로 동전을 던졌을 때, 앞/뒤가 나오지만, 0.1%의 확률로 동전이 누워지는게 아니라 세워지는 상태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귀납법의 오류와 유사하다.


스피노자의 필연성 또한 그럴듯한 개연성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스피노자는 동전을 던질 당시 바람의 세기, 온도, 습도, 동전을 던진 각도와 높이, 세기 등등의 신 속의 유한양태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결과 ‘동전의 앞 or 뒤 or 누워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필연적이다’라고 얘기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외침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해당 양태를 둘러싼 상관관계 속에서 그 결과가 나온 것이지, 그 결과가 당위적으로 나와야하는 이유는 없다. 예컨대 동전을 던져서 ‘앞’이 나왔고, 그것이 스피노자식으로 필연적이라고 한다는 것은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동전이 ‘앞’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무한한 상관관계 (x%, y% ....)들의 곱이다. 대표적으로 주사위를 5개 던졌을 때, 합이 30이 나오는 것은 1/6의 5제곱이듯이, 상관관계들이 곱이 그 결과인 것이다.



3) 결정론


그런데 문제는, 필연성이 그럴듯한 개연성이라고 하더라도 결정론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주사위를 5개 던져서 30이 나오는 상황’이 매 1초마다 이루어지는 것이 나의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나의 삶은 항상 1/6의 5제곱의 확률(개연성)로 흘러가게된다. 그것은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그렇다고 하더라도 ‘30’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확률이 ‘1/6의 5제곱’이고, ‘30’이라는 숫자가 나오지 않을 확률이 ‘5/6의 5제곱’이라는 상황 자체는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연성이 그럴듯한 개연성이라고 하더라도 결정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제와 논리가 필요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머리가 너무 아프므로) 다음에 조금 더 고민해서 따로 글을 올리는게 나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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