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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bird Apr 10. 2023

작전타임

농구를 무척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머리통만한 공을 멀리 던지면 ‘찰싹’ 소리 내며 그물에 쏙쏙 들어가는 기분이 참 좋았다. 이제 직접 하진 못 하고 대신 경기 중계를 꼬박꼬박 챙겨본다.

점수 경기인 배구와 달리 정해진 시간(축구처럼 추가 시간조차 없이)에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 속성이 주는 긴장감은 팽팽하다. 공격, 수비, 공격, 수비 쉴 새 없이 오가는 경기의 흐름이 잠시 멈추는 순간은 작전타임. 하프타임은 경기의 양상과 상관없이 전반 20분이 지나면 무조건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작전타임은 감독이 시점과 상황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개 이기는 팀이 경기 분위기가 바뀌며 쫓기기 시작할 때, 지는 팀이 쫓아가야 하는데 자꾸 스코어가 벌어질 때 주로 작전타임을 활용한다. 전자는 흐름을 끊어주기 위해, 후자는 다시 한 번 가속페달을 밟기 위해. 가끔은 특별한 작전 지시 없이 선수들을 쉬게 하는 타임도 부른다. 이 경우 감독은 2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선수들이 알아서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다잡기도 한다.

작전타임의 의미는 아직 승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는데 있다. 이기고 지는 여부가 결정되어 있다면 작전타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타임을 잘 활용해 낙승을 거두기도 하고 거꾸로 역전패하기도 한다. 그 어떤 작전도 먹히지 않아 그대로 지는 경기도 있다. 다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마지막 순간이 해피엔딩이 되도록(때론 승부에선 질지라도)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다. 자, 이거 해보자, 아까 이게 안 통했으니 그럼 이거. 아니야? 그럼 뭐라도 해보자고! 아직 시간이 이렇게 남았는데!

예전에는 TV로 중계를 보다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르면 보통 화장실을 가거나 그 2분을 못 참고 스마트폰을 꺼내들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인생에도 작전타임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이가 쉰이 되고, 26년을 다닌 회사에서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늘의 명을 알아야 한다는 나이, 난 그에 걸맞게 세상사는 이치를 알아가고 있을까. 스무살, 서른 살 때와 똑같이 살 수는 없을 텐데. 다른 사람이 짜주는 대로 사는 건 대학입학 하나만이 목표이던 10대로 족한데. 앞으로의 인생은 어떤 태도로 어떤 꿈을 그리며 살 지 준비는 하고 있는 걸까.

경기가 잘 안 풀린다고 도중에 배구나 축구로 종목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살아온 인생을 통째로 무르거나 바꿀 수는 없다. 대신 경기를 의미 있게 하는 작전 타임은 해 볼만 하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는 작전타임이 아니라, 경기를 멋지게 하는 작전타임 말이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작전타임을 가져봐야겠다.


#작전타임 #인생리바운드 #농구 #지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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