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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bird Jul 17. 2023

"인생의 사운드트랙", 엔니오 모리꼬네

1986년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날, 엄마 손에 이끌려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에 갔고 영화 <미션>이 상영중이었다. 그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영화를 보러 와 관객들과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2학년생에게 영화 줄거리가 얼마나 와닿았겠냐만, 음악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오보에로 시작해 모테트 합창이 더해지고 타악기가 스며드는 민속음악, 나중엔 이 세 파트가 어우러져 엄청난 힘으로 공간을 휘어 감는 <on earth as it is in heaven>, 심장이 쿵쿵 뛰고 이과수 폭포 위로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었다.(나는 지금도 이 곡은 그 어떤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가 지은 관현악곡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땐 당연히 엔니오 모리코네란 이름도 몰랐다.

불안했지만 그래서 떨리고 애틋했던 대학 시절, <시네마천국>은 내 감수성을 한없이 자극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 토토가 된 상상을 하며 주제곡을 쳤던 날들. 후배가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또 들어 음표 한땀 한땀 연필로 채보해 온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악보로 빈 강의실에서 <데보라의 주제>를 관현악 연주로 완성한 날의 희열을 잊을 수 있을까. 그의 곡 하나 정도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악보도 없이 수없이 듣고 들어 쉰이 된 지금까지도 막힘없이 피아노로 칠 수 있는 <Love affair>..

엔니오 모리꼬네가 세상을 떠난 2020년 7월 6일, 페이스북에 “이분 덕에 내 지난 날이 아름답게 기억될 것 같다”고 적었는데, 맞다. 20대에 그를 다시 만난 건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 영화 속 존 윌리엄스의 말처럼 그의 음악은 “인생의 사운드트랙”이었다.




#엔니오모리코네 #시네마천국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 #미션 #러브어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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