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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bird Aug 31. 2023

단독주택과 전원주택

<부암동 이주기>


주택으로 이사가겠다 마음먹은 뒤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동종 업계 선배인데 이미 몇 년 동안 여러 동네를 거쳐 경기도 양평 주택에 터를 잡고 매일 서울 서쪽 끝까지 그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분이었다. 은퇴한 사람들보다는 비슷한 조건인 사람한테 묻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아파트가 답답하다.. 마음 놓고 음악도 듣고 싶다.. 주택으로 가고 싶은 나름의 이유들을 (카톡으로) 전했고, 말없이 듣던 그분은 한마디로 이렇게 진단했다. “전원주택이 아니라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거네.”

당시엔 무슨 소린가 했다. 전원주택이 단독주택이고 단독주택이 전원주택이지 뭐 크게 다른가.. 1년 가까이 살다 보니 다르더라. 나에게 어떤 생활이 더 절실하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집안에서 마음 놓고 뛰고 음악도 영화도 눈치 안 보고 빵빵하게 틀고.. 이런 게 중요한 사람이 있고, 땅을 밟고 자연을 즐기고 싶은 게 더 절실한 사람이 있다. 전자는 ‘단독’, 후자는 ‘전원’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것.

사실 전자는 이사하는 순간 즉각적으로 실현된다. 만족도도 당연히 바로 채워진다. 그냥 하면 되니까. 나만 해도 돈 들여 모셔놓기만 했던 스피커와 앰프, 본전 뽑을 정도로 쓰고 있다. 후자는 조금 다르다. 즐거움도 크지만 대가(이 단어가 적확한지는 모르겠다)도 확실하기 때문. 그냥 주어지는 만족이 아니라 잡초를 뽑고 낙엽을 쓸어담으며 모기에 물어뜯기고 허리가 끊어지는 수고를 해야 완성되는 즐거움이다. 이 수고와 노력보다 결과적인 만족이 더 크다면, 또 그 과정까지 즐겁다면 문제 없는 거고, 쏟아붓는 시간과 노력이 그렇게까지 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심이 자꾸 든다면 녹지공간을 최소화한 주택을 선택하는 게 낫다.

1년 차인 나는 아직 찾아가는 중이다. 힘들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어떤 결론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알지도 못했을 경험이라는 점. 그런 측면에선 복 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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