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루 Jul 31. 2020

달리기를 하다 쉬어가기

집에서 계속 쉬다 보니 쉬는 것에 길들여져서 몸을 움직이기가 더 힘들어졌다. 한 달의 시간을 아주 마음껏 허비하고, 최근에 체력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요가를 하려고 사두었던 트레이닝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집 앞 공원으로 나섰다. 며칠 전 보았던 어떤 영상에서 '달리기를 하면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다'라고 했다. 그 말을 이해해보자 싶어 조금의 예열 후 달리기를 시작했다. 일단 머릿속으로 생각해본 결과, 원하는 목표지점까지 달리기로 거뜬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발짝 두 발짝 조금씩 몸을 떼어내며 달리기 시작했는데, 100m를 좀 달렸나... 너무 힘들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마스크 안에는 땀이 흘렀다. 얼굴이 빨개지며 열이 올랐고 다리가 너무 무거워서 이러다가는 넘어지겠다 싶었다. 원하는 목표를 끊임없이 정했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에 계속 다리가 멈췄다.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고르고 더 무거워진 몸을 겨우 떼고, 다시 숨을 고르고 뛸지 말지 고민을 해가며 다시 달렸다.


달리기의 순간에는 걷는 것이 참 반갑다. 숨을 적당히 고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게 해 준다. 게다가 잘못 한눈팔면 고꾸라지기 쉬운 달리기와는 다르게 걷는 중엔 적당히 여유를 부리며 주변의 것들을 볼 수가 있다. 공원 중간중간에서 운동을 하다가 잠시 앉아있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엔 그렇게 앉았다가는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걷기를 선택했다. 나에게만은 걷기가 달리기 중간에 잠깐 쉬어가기인 것이다. 그렇게 여유롭다가도 힘들고, 힘들다가도 여유로운 나의 첫 운동이 끝났다.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가며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 성취감을 느꼈다. 내가 달려온 길을 걸으며, 불그락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스스로가 참 대견했다.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된다는 말도 단박에 이해를 했고, 무언가를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게으름을 조금은 멀리하고, 며칠 뒤 다시 옷을 챙겨 입고 나와 달리기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계속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운동을 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드루(@hey_dru)

사진계정 @druphoto_

매거진의 이전글 늘 후회를 달고 사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