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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루 Aug 07. 2020

껍데기만 어른인 아이

"20살이 되면 이제 너의 힘으로 사는 거야"

20살이 되던 1월 1일. 엄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학생이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나는 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른이 되었다. 달리기에도 준비운동이 필요하고, 노래를 부르기 전에도 목을 푸는데 내가 어른이 될 때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주변에서 마주치는 엄마의 친구들, 친척들은 모두 나를 보고 '이제 다 컸네.' ' 어른이네 어른'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나는 여전히 어디선가에선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새내기 아이였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분명 한 사람인데 어디에서는 어른이라고 하고 어디에서는 애 취급을 받는다. 조금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대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었다. 제법 선배 미도 풍겨대며 학교에서는 이미 최고참으로서 대학생활을 모두 다 섭렵한 사람처럼 굴었다. 올해 들어온 새내기들을 보며 "저때가 참 좋았어~", "애기네 애기야" 라며 어른 같은 흉내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래 봤자 나는 또 사회를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막내가 되었다. 또 시작된 혼돈의 세상 속에 들어왔다.


학교 밖의 세상은 참 냉혹하고 넓고 무서웠다.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지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몰랐고,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 내가 낸 어른 냄새는 그냥 오래된 냄새였던 건가. 대학에서 오래오래 붙어먹은 대학 냄새였던 건가.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이 오늘 나를 힘들게 할까 생각했다. 이놈의 마음은 무슨 한마디 한마디에 이렇게 부서져 내리는지, 쿠크다스 같은 마음이라는 말을 참 잘 지었다 생각했다. 이미 20살로는 한참 떨어져 있는 나이었기에 누구한테 함부로 어리광을 부리기도 뭐해졌다. '이제 막 어른이 된'이라는 타이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 되었기에 나는 어떻게든 애쓰며 참아야 했다.


"너 참 어른스럽다." 몇 해가 흘러, 이직을 한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놈의 어른...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봐도 어른스러워 보이는 진짜 어른이 된 것일까? 사실 저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스스로 어른이 되었음을 확신했다. 이제는 철도 들고, 책임감도 있는 내면까지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 그냥 내 껍데기였을 뿐이다.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듣고 난 후, 나는 계속해서 어른스러워'보이기' 위해 계속 흉내를 내왔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치고 싶은 장난이 있어도, 웃고 싶어도, 울고 싶어도, 짜증내고 싶어도. '어른스러워 보이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늘 감정을 숨기고 차분함을 유지해야 하는 그런 사람. 그러고 보니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 하는 게 꼭 아이 같다 싶었다.


나는 아직도 다 크지 않았다. 어른스러움을 쫒아가기만 하는, 껍데기만 어른인 아이였다. 언제쯤 내가 내면까지 단단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몇 살을 먹어야 내가 정말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사실 아직도 다른 사람에게 똑바로 내 의견을 전하는 게 어렵다.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법을 잘 모른다. 화가 나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모르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고 해결하고 싶지 않다. 두려우면 도망가고, 화가 나면 짜증내고, 상처 받으면 울고, 늘 장난치며 웃고 싶다. 어른이 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굳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그냥 내 친구들과 영원히 아이처럼 있고 싶다. 그냥 내 가족들에게 늘 밝게 웃으며 장난치고 싶다. 껍데기만 어른이어도 속은 늘 철없는 아이처럼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단단한 껍데기 속에서



드루(@hey_dru)

사진계정 @druphot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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