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 년쯤 되었나 아는 지인이 유튜브를 시작했다. 많은 교류가 있던 사이가 아니었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친구가 아직도 유튜브를 하는가 궁금해졌다.
친구의 채널 이름을 적고, 최근 동영상을 보는데 며칠 전 업로드된 영상이 보였다. 그 밑으로도 1개월 전, 2개월 전... 친구는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못본새에 편집도 많이 늘었고, 구독자 수도 오르고, 장비도 사고, 여러 자격증에도 도전하며 참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었다.
친구는 직장도, 취미도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영상 하나하나에 그 에너지가 느껴졌다. 인생을 정말 잘 즐기며 살고 있구나 싶었다. 불 꺼진 침대에 쭈그러지듯 누워 그 영상을 보고 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질투가 났다.
사실 나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적이 있다. 뚜렷한 목적이 있거나, 창작에 재미를 느낀 것이 아니라 그냥 돈이 벌리는 일이라기에... 돈 안 들고 뚝딱 만들 수 있는 일이라기에... 시작했었다. 두 달 정도를 영상을 만들면서 채널에 구독자가 100명이 딱 찼을 때 나는 유튜브를 그만두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상 만들기가 쑥스러웠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한 만큼 구독자 수가 많이 늘지 않아서였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처참하게 보이는 숫자들에 참 쉽게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도전하는 모습이. 참 멋있었다.
'20대는 돈을 쓰는 시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부자들이 줄곧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30대부터 돈 모으면 언제 집을 사'싶은 마음에 나는 배우고 경험하는 것 모두 멀리하며 살았는데, 그 친구를 보니 그 말이 참 와 닿았다. (사실 그렇게 아껴서 돈이 모이지도 않았다는 게 더 큰 이유이기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경험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그것들이 나의 20대에 해야 할 일이었다.
내 비록 지금은 불 꺼진 방안에 쭈그려서 많은 이들의 성공한 삶(?)을 보고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해야겠다. 시간이 점점 늦어져 '이거 너무 늦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때도 나는 역시나 해야겠다. 느리더라도 열심히 열심히 돌아가야겠다. 그래서 그렇게 돌아 돌아 어느 곳에 닿을 수 있게 최대한 많은 길을 방황해보고 해매 봐야겠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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