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40대가 될 수 있을까

by 감자

20-30대에는 한껏 치장하며 살았었다.

직업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패션의 대한 호기심이 왕성했고 나를 한껏 치장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매우 컸었다.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또한 하늘아래 같은 칼라는 없다고 믿고 사는 코덕(코스메틱 덕후)이었고 베이스가 되는 피부가 좋아야 화장도 잘 먹는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부턴 피부관리에도 열성이었다.





예쁜 옷을 입으려면 일단 날씬해야 한다.

그래서 다이어트에도 진심이었다.

운동을 하기보단 오로지 식단으로만 조절하는 다이어트를 꽤 오랫동안 했었다.






누군가는 꾸밈노동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것이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예쁜 옷을 입고 곱게 화장을 한 내 모습에 취해서 그저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였을까.

회사를 퇴사하고부터였을까?

모두가 트레이닝을 입고 출근을 할 때도 혼자 화장을 하고 전날에 다려놓은 슬랙스와 블라우스를 입고 다닌 나였는데.. 현재는 특별하게 갈 곳이 없다 보니 나는 매일 트레이닝복만 입고 산다.






나에 대한 기준에서 느슨해지면서부터였을까 어느새 살도 4Kg나 찌고 말았다.

평생 지켜온 내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결혼식에 가야 해서 작년에 입었던 옷을 꺼내 입어보았는데 허리후크가 잠기지 않았다.


그때 알게 되었다. 살이 붙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진짜 살이 쪘구나..






꾸밈이 나에게 노동이 아니었듯이 예쁜 내 모습을 지키는 건 나의 자부심이었는데 그게 무너져버렸다.

나는 그게 무너지는 줄도 몰랐었다.





나는 내가 40대가 되어도 20-30대 때처럼 곱게 잘 가꾼 내가 될 줄 알았었다.

늙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최대한 예쁘게 내 모습을 잘 지켜가면서 나이 들고 싶었는데

나는 이제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는 여자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당장은 새 옷이 필요했다.

그런데 늘어나버린 사이즈의 옷을 사고 싶진 않았다. 다신 못 돌아갈 것 같아 무서웠다.

그래서 트레이닝만 계속 구입하고 있는 중이다.

'이건 운동할 때 입으면 되니까~' 자기 위로를 하면서 옷이 필요하니 트레이닝복만 주야장천 구입하고 있다.






매일 트레이닝 복을 입으면서 느끼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편안하다 였다.

그래서 살이 찌는 줄도 몰랐었나..?

지난 1년 동안 이미 편안함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조금이라도 몸에 핏 되는 옷이 매우 불편해져 버렸다.

무릎이 아파 더 이상 구두를 신지 못하게 되어 버린 것처럼 앞으론 고무줄 바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사람의 우아함을 착장으로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유치한 일이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잘 차려입은 우아한 40대가 되고 싶었다.

더 이상 예전 같은 예쁨은 없지만 누군가 나를 봤을 때 참 우아하다고 생각해 주길 원했었다.






그런데 나의 삶은 점점 편안한 옷과 신발만 찾고 있다.

코덕이 무색해질 만큼 선크림도 겨우 바르고 있으며 매일 같이 트레이닝복과 크록스를 신고 여기저기 동네를 돌아다닌다.



가죽 가방은 어깨가 너무 아파서 이젠 멜 수도 없다.

지금은 에코백이 최고다.

과거엔 보부상이었지만 이젠 그 에코백 안에 많은 걸 넣고 다니지 않는다. 무거운 게 싫다.





나보다 몇 살 더 많은 언니가 어느날부터 백팩을 메고 다니길래 많이 편안한지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언니는 이젠 더 이상 어깨가 아파 한쪽으로 가방을 멜 수 없다고 대답했다.

양쪽으로 메는 게 최고라며..

할머니들이 왜 양쪽으로 메고 다니시는지 너무 잘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일단은 백팩을 사놓은 상태인데 아직까진 내 어깨가 괜찮은지 얇은 니트로 된 에코백을 훌렁훌렁 메고 어디든 다니고 있다.





나이키 매니아였지만 한번 신은 뉴발에 반해 나이키는 더 이상 구입하지 않는다.

나이키보다 훨씬 편한 뉴발의 늪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매일 트레이닝복을 입고 뉴발과 크록스를 신으며 귀차니즘을 겨우 이겨낸 날에만 선크림을 바르고

머리는 대충 빗질하고 다니는 내 모습이 우아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버리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물론 사람의 우아함은 말투과 표정, 몸짓과 생각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요즘 평생 가꿔 온 외적인 모습을 포기할 수 없는 나와 이미 편안함에 잠식되어 버린 내가 동시에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 버린 것 같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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