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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Mar 17. 2020

[영국 책마을 여행] 헤이 온 와이 정직서점

영국 런던 서점 여행


가끔은 시간이 흐른다는 게 위안이 된다

누군가의 상처가 쉬 아물기를 바라면서

또 가끔 우리는 행복이라는 희귀한 시간을 보내며 멈추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중략)


산다는 것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

우리는 늘 행복한 기억을 원하지만

시간은 그 바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은 파문이라도 일라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행운과 불행은 늘 시간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나 약하여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 연애시대 엔딩 내레이션 중에서-



영국 코로나19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국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안부 묻기가 조심스러웠다. 남의 집 얘기처럼 그들의 사정도 모른 채 건강 챙기라는 말을 하기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세계 누구나 불안한 마음은 똑같것이다. 지루하고 단조롭다 느꼈던 어제의 일상이 아쉽기만 할 때다. 지금 어쩌면 불안한 마음을 떨치고 진지한 생각 말고, 즐거운 여행을 계획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헤이 성 돌담에 책장을 설치한 정직서점
돌 성으로도 유명한 헤이 성 헌 책방


영국 마을 헤이  와이

북 러버들이 모여사는 아름다운 곳


영국 책마을이자 세계 최초의 헌 책방 마을이고, 한국 헤이리, 군산 책마을 등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좋은 사례로 언급되는 곳이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이 곳을 찾았더라면 하는 후회도 있지만 우연히 갔던 여행이라서 신선했던 기억이다.


자기만의 유니크한 캐릭터를 살려 개성대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책을 판매하는 종합서점, 한 분야의 전문 서점도 있고, 어린이 서점, 식당에서 조차 상자에 수십여 권의 책을 담아서 책을 판매하고 헤이 성을 비롯하여 마을 곳곳에 정직 서점이라는 이름의 무인 서점도 있다.


알아서 책값을 책정해 돈을 넣는 무인 책방
오래된  통나무 하얀 벽, 헤이온와이 책방
다락방으로 나를 부르는 남자의 벽화 책방
늑대가 우글거릴 것 같은 탐정 추리소설 책방
할아버지 책장에 숨어 사는 고양이 책방
블루 토끼 할아버지 캐릭터의 어린이 책방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가 사는 로즈 책방
살인과 대혼란(Murder& Mayhem), 탐정 추리소설 전문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어린이 서점
영국 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 시집서점

마을 주민들이 책마을 판매원이자 가이드 역할을 담당하셨고, 상업적인 경쟁이 아닌 공동 운영자로 함께 마을을 지키고 계셨다.


책방을 지키는 분, 호텔과 에어비엔비, 카페, 식당, 엔틱 상점에 계신 분들이 대부분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어르신이라서 지금은 수만 명의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언제까지 이곳이 책 마을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 영향일까 일부 문을 닫은 서점들이 보였고, 온라인 중고서점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다. 온라인 서점도 어쩌면 전자책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는 시대라서 영원한 것은 사실 없다.


이곳은 중고서적에 대한 가치를 아는 분들이 마을을 지켜 나가고 있고, 젊은 북 러버들이 새로운 콘셉트의 헌 책방 문을 열면서 작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작은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애디맨 에넥스 책방) 플랜카드가 인상적인 서점 '헤이온와이 안에서는 전자책을 보지 못한다'
이 마을 가장 젊은 청년이 운영하는 책방

헤이 페스티벌은 5월부터 6월 첫째 주 사이에 열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와의 만남, 예술가들이 강연에서 각종 전시회, 음악회와 각종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곳을 가고 싶은 이유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헤이 피버(Hay-Fever)라고 불리는 행사 때문이다. 이 행사는 어린 시절부터 책과의 거리를 좁히고, 중고책에 대한 거리감도 없애고, 중고책에 대한 가치를 알아 가도록 하는 행사로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전시, 음악행사 등 스토리텔링으로 진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저녁을 서둘러 먹고 헤이온와이 산책을 했던 기억

탄광촌 작은 마을이 세계적인 책마을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고, 헤이 페스티벌이라는 문화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문화도시로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 Again 헤이온와이 여행을 계획하며 오늘은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여행을 가게 되면 희귀본 고서들을 좀 찾아보고 싶다. 몇십 년 후 헤이 온 와이 어린이들을 위한 헌 책방을 지키는 할머니가 되는 상상을 하며 영국 코로나를 오늘도 무사히 지켜 나가 본다.



2020 헤이 페스티벌 공식 사이트
https://linktr.ee/hay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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