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이 힘든 이유는 생활이 매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일어나 지옥철과 만원 버스를 타며 출근하고, 매일 아이와 시름하며 끝없이 참고 인내해야 하는 삶에는 어떤 탈출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따분하고 지긋한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 진다. 영국 런던 봉쇄령 3개월째 접어드는6월이다.
영국 런던 쇼디치와 브릭레인 익숙한 풍경
더 많은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기억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많은 기억들은 같은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면 공간은 더 크게 느껴지게 된다. 뜨는 거리가 되려면 다양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줄 이벤트가 필요하다.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 중에서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 책에서 어떠한 곳에서나 몇 년을 살았느냐가 중요하지않으며, 크고 작은 사건 속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아야 하고, 만남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 시간 속에서 추억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결국 기억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영국에 살다 보면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좁아지는 것 같다. 어디서나 똑같겠지만 나와 맞는 사람 만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이유로 올해 [남의 집]이라는 타인을 나의 거실에 초대해 집주인의 취향을 공유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했다. 한번 만나고 헤어질 느슨한 관계라지만 잠깐의 대화에서 또 다른 삶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유모차도 런던 여행] 콘셉트 아래 아이와 영국 런던을 여행하는 엄마들에게 현지인의 생활담과 런던 여행 코스를 추천하며 육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더믹으로 여행은커녕 집콕 생활하게 되며 아쉽게도 나의 계획은 잠시 접어야 했다. 또 동네 육아 동지로 만난 동생이 7월 런던 한 달 살기로 함께 계획했던 여행마저 접어야 했다.비록 여행은 무산되었지만 그녀는 런던의 새로운 곳과 아이와 관련 이야기를 발 빠르게 알려주며우리의 런던 여행을 다시 계획한다.
런던 쇼디치에 우리만의 추억의 시간을 남겼다.
우리는 가끔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거나 삶을 낯설게 보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핫플레이스, 서점 등을 찾게 된다. 특히 서점은 트렌드, 낯섦, 타인의 사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자극받기 위해서 자주 찾게 되는 곳 중 한 곳이다. 특히 영국에서 영어라는 언어로 더욱 낯설게느껴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책을 이루는 요소는 다양하기 때문에 머무는 자체가 재미다. 그리고 독자를 반기고 설명해 줄 사람까지 있는 최고의 여행 장소이다. 서점 안의 다채로운 문장과 경험을 통해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주제가 얼마나 흥미롭게 인생과 재밌게 연결될 수 있는지 깨달으면서 올해 계획은 무산이 되었지만 유모차도 런던 여행을 통해 내 삶의 이야기를 써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 런던 리브레리아 Libreria 서점
'도서관'이라는 뜻을 가진 리브레리아 서점도 그녀의 소개로 찾게된 곳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을 금지하는 디지털 프리 서점이다.정보 과잉 시대에 아날로그적 문화 휴식공간을 표방한 서점으로런던에서도개성이 강한서점 중 하나다. 서점지기의 시선에서 시기적절한 주제와 사고의 흐름, 관심사 및 취향의 변화에 따라 그에 맞게 분류를 탄력적인 운영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노란 제3의 공간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천정 거울이 반사되어 좁은 공간이 서점의깊이감으로느껴졌다. 노란 책장 사이에 간간히 보이는 색깔별 아크릴은 책을 분류하는 문구였다. 흔한 예술, 경영, 철학, 문학과 같은 분류법이 아니었다. 리브레리아 서점의 매력은 책장의 독특한 분류에서 시작되었다.
보는 방식(Way of seeing), 시간과 공간(Time and Space), 바람(Wind), 사랑(Love)등의 분류 문구들을 볼 수 있다. 특히방랑자(Wanderer)이라는 분류의 서가에는 여행 관련 책들이 픽션과 논픽션으로 꽂혀 있는 식이다. 이 서점은 서가를 편집한 센스를 보는 재미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메시지가 북 큐레이터의 북크리에이션의힘이 느껴졌다.
No wifi, No phone, Yes beer
아이는 우유 한잔을 엄마는 맥주 한캔 마시며 책을 보았다. 유일하게 서점에서 맥주를 파는 서점이다.
유모차 2대를 밀고 런던 핫플레이스인 브릭 레인과 쇼디치를 간다는 건 약간의 무모한 도전 같았다. 두 아이 엄마는 단지 올 프레스 커피 한잔과 브릭 레인 북샵 둘러보고 서둘러 집으로 무사히 올 계획이었다. 다행히 유모차에서 낮잠을 자는 아이들 덕분에 핫플이라 불리는 런던 올 프레스 노천에 앉아 커피를 한잔하고 계획대로 서점에 들러 책도 보고 에코백도 하나씩 장만했다. 집으로 돌아갈 일을 생각하니 아이들의 에너지 쏟을 곳이 필요했다. 브릭 레인 선데이 마켓 뒷골목에 위치한. 앨런 가든, 플레이 글로업 공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연히 찾은 공원 외에도 스피탈필즈 시티팜과 노마딕 커뮤니티 가든이 위치한 꽤 넓은 곳이 그곳에 있었다. 런던 핫플레이스에 숨은 공원 찾기로 아이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런던 쇼디치 올프레스 커피 한잔과 리브레리아에서 아이의 그림책 한권을 사들고 공원에 앉았다.
브릭 레인에서 앨런 가든으로 가는 지하도를 통하면 가든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커뮤니티 가든으로 얼롯먼트(Allotment) 지역공동체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공공적인 활동공간을 확보하고 자유롭게 꽃과 채소 등의 식물을 가꾸며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도시 재생이다. 마을정원, 지역공동체 정원이라고 불리며 이곳 외에도 런던에는 달스턴 이스턴 커브 가든이 있다. 그라피티와 폐품을 이용한 작품들이 놓여 있어 색다른 런던의 가든을 만날 수 있는곳이었다.
일요일 브릭 레인 마켓에 들러 맛난 음식을 즐긴 뒤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몇 년 사이 행사가 축소되어 음악회와 같은 페스티벌을 즐길 수 없다고 한다.
런던 브릭레인 노마딕 커뮤니티 가든 입구
어린이 놀이터와 노천까페가 키즈까페 같다.
낡은 보트를 개조해서 만든 미끄럼틀
6월의 첫날 어느새 나뭇잎이 무성해져 씨익씨익 바람의 노래가 새로운 계절을 알린다. 우리 다음 여행엔 런던 쇼디치 리브레리아 서점에서 맥주 마시며 책 얘기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