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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Mar 29. 2020

[로 달 뮤지엄] 런던, 어제는 아름다웠네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소설 작가의 서재


Yesterday was Beautiful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걸어서 찾았던 도서관, 책 제목만 읽는 것도 좋았고, 서성이며 사람들의 동선을 훔쳐보는 것도 좋았다. 더욱이 아이가 도서관에서 노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었던 곳, 이젠 가지 못하는 곳이 되었다.


<마틸다>  이야기 속 도서관 / 독서광이었던  <마틸다>의 유일한 안식처 같았던 곳, 그런 도서관이 만일 문을 닫았다면 마틸다는 어디에서 위안을 얻었을까?

영국 코로나 19 다운으로 불금도 주말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시점에 오늘부터 서머타임 시작이다. 하루가 더 길어지는 느낌이라 반갑지 않다. 집콕 생활로 냉장고 속 재료의 유통기한을 꼼꼼히 따져 알차게 삼시세끼 해 먹는 것도 버거운 나에게 아이를 위해 집콕 놀이라니 엄두도 안 난다. 아이가 무료해하는 것 같아 촉감 놀이라도 해줘야겠다 싶어 비즈를 불리기 위해 유리병에 물을 담아 창가에 두었다.


몇 시간  공룡 한 마리가 떡하니 병에 들어가 있었다. 공룡을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다. <로알드 달 뮤지엄>에서 그가 어릴 적 죽은 쥐를 사탕 통에 넣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알차게 써먹기까지 한 아이의 행동과 그곳을 기억하고 있다니 아주 기특했다.


<로알드 달> 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그의 경험 속에서 영감을 얻었고, 힘든 유년시절 사건들이 작품 속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초콜릿 광이던 그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썼고, 끊이지 않던 어린 시절 사건들이 <마틸다> 소설이 되었던 것처럼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를 대단하게 풀어내고, 익숙한 사물도 다르게 보았던 작가였다.


코로나로 집콕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 코로나를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궁금하다.

 

<로알드 달>처럼 Water Biz 병에 공룡을 넣어 둔 아이




영국 코로나 록다운되기 전 다녀온 로알드 달 뮤지엄, 그가 36년간 살았던 소박한 전원마을인 이 마을은 소설 <마틸다>에 등장한 도서관부터 로알드 달이 걸었던 산책로까지 책 속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뮤지엄뿐만 아니라 빌리지 트레일, 가족들이 함께 걷는 숲길 트레일까지 하루 여행 코스로 충분히 좋은 곳이다.


로알드 달 뮤지엄 외관 & 로달드 달 까페 입구
좌) 어린이들을 위해서 로알드 달 뮤지엄 안내도 우) 로알드 달의 트레일을 소개하는 책자가 컬러풀 하고 상세하다.


박물관은 3개의 전시실과 스토리 센터, 액티비티 룸과 카페로 나눠져 있었고, 3개의 전시실은 로알드 달 어린 시절을 소개하는 Boy 갤러리, 전투기 조정사 비행기 모형과 글을 쓰던 오두막 공간을 볼 수 있는 Solo 갤러리, 그의 작품을 이야기로 체험하는 스토리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1. 보이 갤러리_Boy gallery


거대한 악어 The Enormous Crocodile                             그의 첫 번째 어린이 책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

사탕가게 사탕병에 죽은 생쥐를 넣은 이야기
체벌과 구타, 잔혹한 학교생활
단어들의 의미를 정반대로 쓰며, 이야기 속 반전을 자신의 우울한 일상에서도 일어나길 바랬었는지 모른다.


2. 솔로 갤러리_SOLO Gallery


그는 195cm의 장신임에도 좁은 조정석에 구부정한 자세로 힘든 비행한 키다리 전투기 조정사였다고 한다. 장신임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뤄냈고, 솔로 갤러리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노란 문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오두막 집필실로 통하는 노란 문이었다고 한다. 유독 노란색을 좋아해서 글도 노란색 종이에 썼다고 한다.


어릴적 어두막에서 놀던 모습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Tip. 아이디어 북 케이스


일반적인 박물관처럼 대충 작품들을 걸어두고 그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는 갤러리가 아닌 무엇이든 만지며 궁금증을 해결하도록 곳곳에 쉽게 아이디어를 얻어 갈 수 있는 팁을 던져두었다. 작가와 함께 소통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콘셉트별로 파일로 보관


3. 스토리 센터_Story Center


스스로 단어들을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보도록 하고, 캐릭터 스탬프를 이리저리 찍어 보며 동화 속 캐릭터와 친숙하도록 도와준다. 부스마다 샘플이 놓여 있거나 정답을 내놓아야 하는 활동은 하나도 없다. 작가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배운다.


²
연령대별 주제별 다양한 그의 책을 볼 수 있는 북코너
Ideas Table & Tree
Sticky Note Plots

Tip. 화이트보드가 아닌 컬러풀한 냉장고 모양의 보드판_단어 조합, 문장 완성하기,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보도록 한다

글을 배우는 아이들 어휘력 키우기 좋은 아이디어
<로알드 달>처럼 한번 앉아보세요! 여러분도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쓰인 안내문구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연해 놓고 그의 소품들을 만지고, 그의 소파에 앉아 로알드 달이 되어 보도록 한다. 특별한 작업대 없이 암체어에 나무 판을 얹어 글을 썼다.

 


< GEORGE'S CRAFTY KITCHEN>

 

키친을 콘셉트로 싱크대에서 색종이, 물감, 가위 등 재료를 찾고, 식탁에 앉아 종이 위에 요리하는 형태의 크래프트 시간! 맛난 요리가 아닌 반전이 있는 세상 징그럽고 협오스러운 요리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4. Activity Room & 휴게실


한 곳에 아이를 앉혀 밥을 먹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소란을 피우기 십상이다. 이곳은 식당에서도 벽마다 자유롭게 음식과 관련된 놀이를 제안하며, 밥 먹는 시간을 자유롭게 즐기도록 했다.

 



누구든 자신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무엇보다 진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진실은 겸손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다. 죽은 쥐를 이용한 엄청나고 대단한 그 작전은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눈부시게 찬란한 시절이 있기 마련인데, 이를테면 그 무렵이 나의 전성기였다.

 - 로알드 달 <보이> 중에


 달은 가장 힘든 시절을 본인의 전성기라고 말했다. 이쁜 스카프 두르고 꽃구경 대신 하얀 마스크 끼고 동네 산책하는 것도 고맙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늘 우리는 희망을 찾아내지 않던가 집콕 생활의 희망이 오길 바라며  여행 이야기가 생활 속 아이디어 되길 바라본다.


*2022년 6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위 글을 소개하며 네이버 상에는 로알드 달로 나와 있지만 영국에 살아 보니 로알드 달로 발음을 안 하는 상황

(노르웨이 태생에 카디프 출신의 작가) 영국 내에서도 발음 놀란이 있을 만큼 어렵다.


로 달로 표기하는 것이 가장 가까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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